관세 폭탄 피했지만 안보 숙제 산적트럼프 "2주 내 이재명 백악관 방문"동맹 현대화 요구 … 中 견제 역할 압박전략적 모호성 고수 땐 미군 감축 우려오산기지 압수수색, 갈등 도화선 되나
  •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6차 수석보좌관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전날(31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상호 관세율이 25%에서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인 15%로 조정됐다. 25%의 관세 폭탄은 피했지만,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0%에서 15%로 인상된 데 따른 산업별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 방위비(주둔 경비) 분담금과 전략적 유연성 문제, 내란 특검의 오산공군기지 압수수색 논란 등 민감한 안보 현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라 이재명 정부의 외교 성적표는 아직 '물음표'다.

    ◆트럼프 "이재명 대통령, 2주 내 백악관 방문"

    협상 타결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조만간 개최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 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액수는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얘기했다는데, 그렇게 말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2주 내'라는 표현이 나온 것 같고, 구체적 날짜와 방식은 곧 협의할 것"이라며 "안보 등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핵심 의제는 '주한미군 방위비'와 '동맹 현대화'

    두 정상 간 첫 회담의 주요 의제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국 국방비 인상안,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 등 '동맹 현대화'가 꼽힌다. 미국 측이 한국 정부가 4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에너지 구매 약속을 제시한 데 대해 일단 만족하고 있지만,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이슈에 대한 추가 요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과 관련해 '동맹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의 적용 범위를 전통적인 한반도 방어 임무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이 높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 외교 차관 회담에서 "한미동맹이 변화하는 지역 안보 환경에 반드시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달 24일 "한국의 방위 부담 확대와 한반도 내 미군과 한국군의 역할 및 책임을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국과의 분쟁이나 대만해협 유사시에도 즉각 투입 가능한 다목적 기동군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 직결된다.

    미국이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급부상한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맞서 군사·재정적 부담을 동맹국과 나누겠다는 의도다. 결국 주한미군도 유사시 한반도를 넘어 대만해협 등 더 광범위한 지역에 배치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면 주한미군 감축 압박 우려

    미국이 강조하는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이 중국 견제에 명확히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신호이므로 한국이 이를 계속 거부하거나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이런 미국의 요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의 미래와 한국의 안보 및 외교 전략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수도 있다.

    안보 전문가인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협상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한 것은 한국에 유리했지만, 미국이 안보 문제에서 추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안보 의제 중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전략자산 배치, 연합훈련 확대 등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질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평했다.

    이어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한국의 모호한 입장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어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선 이 대통령 개인의 외교적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산기지 압수수색 논란, 한미 갈등 뇌관될 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은석 내란특검팀의 지난달 22일 주한 미군과 한국 공군의 경기 평택 오산 기지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 미국 측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고자 '드론 작전'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이른바 '북풍·외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드론작전사령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당시 공군 방공관제사령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압수수색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SOFA 제2조 및 제3조에 따르면, 주한미군 시설은 미군 관할 아래 있어 한국 당국이 압수수색하려면 반드시 미군의 허가 또는 양국 정부 간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처럼 한미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연합 방공지휘시설의 경우 한국군이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미군의 공간·정보를 함께 공유하므로 미군의 '거부 권한'이 명백히 존재하는 장소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박지영 특검보는 최근 브리핑에서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은 대한민국 공군과 군인이 관리하는 자료에 대해 실시한 것"이라며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법에 규정돼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측) 부대 사령관 승낙 하에 이뤄졌다. 미군이 관리하는 자료는 압수수색 대상 범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군과 사전 협의가 필요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을 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승낙한 한국군 측 사령관은 MCRC의 공군 소장이며 압수수색 승낙 여부는 대령급인 미군 기지 사령관이 독단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수준의 사안이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 공군 소장은 아마 압수수색 의도임을 모르고 단순 방문 협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현재 한국 장군들이 특검 수사로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라 문제를 피하기 위해 별 생각 없이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이 압수수색한 MCRC는 한국군 고유의 영역이 아니라 한미가 함께 사용하는 영역이다. 미군은 절대로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에 위치한 미군 기지인 캠프 캐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한국 기무부대가 미군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조사하겠다며 사전 협의 없이 기지 내에 들어왔다가 미군 헌병대에 의해 현장에서 억류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 측은 '한국군 서버만 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했겠지만, 실제로 서버가 명확히 분리돼 있지 않다"며 "예를 들어 미군 기지 내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보안 점검하겠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된다. 외부인이 미군 자산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침입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압수수색 대상인 오산기지 MCRC가 한국 공군이 관리하는 시설이라고는 하지만, 미군이 압수수색 의도를 사전에 명확히 인지했다면 물리적인 조치를 통해 저지했을 것"이라며 "특검이 미군과 명확한 사전 협의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점을 미군은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자산에 대한 무단 접근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미군 측 기지 사령관 역시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