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2.5% 이득 보던 車 관세율 日·EU와 동률로美 자동차 수입시 관세 없이 완전 개방에 합의농산물 개방 관련해선 미국과 한국 입장 엇갈려野 "단순 숫자로 국민 현혹하려는 것 아니냐"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한미 당국이 관세 협상을 타결했으나 야당은 의구심을 쏟아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일본과 EU(유럽연합)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나치게 높은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같은 15%의 관세를 맞췄지만 내용을 보면 아쉬운 협상"이라며 "숫자를 맞췄다고는 하지만, 자동차만 하더라도 일본은 이미 2.5%의 관세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였다. 0%에서 15%의 관세가 붙여진 것과 2.5%에서 15%로 된 것은 자동차 수출 경쟁력에 큰 차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이날 오전 미국과 대미 무역 관세 타결 소식을 전했다. 관세율은 15%, 한국 정부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가스를 수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타결 소식을 알리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번 대미 투자 규모는 이들 국가와의 국가별 경제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라며 "금번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규모는 GDP 대비 약 20.4%에 육박한다"고 했다. 

    실제로 관세율을 모두 한국과 같이 15%로 맞춘 일본은 GDP 대비 약 13.1%, EU는 GDP 대비 6.9%의 투자를 미국에 약속했다. 한국보다 모두 낮은 비율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일본과 EU가 자동차 수출에 기존 2.5%의 관세율을 적용받아왔던 것에 비해 한국은 관세가 없었다. 일본과 EU가 15%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도 똑같이 15%를 적용하게 됐다. 2.5%의 관세율 차이를 동률로 만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자동차와 트럭이 관세 없이 완전 개방됐다. 

    박 수석대변인은 "단순히 상호 관세를 기존보다 낮췄다는 이유로 선방했다고 생각한다면 통상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며, 단순한 숫자로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재명 정부는 샴페인을 터뜨리기 전에 아직 끝나지 않은 협상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그 내용을 국민께 소상히 알리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협상 타결 후 "한국이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왜 이러한 해석의 차이가 있는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