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조국당·진보당 "트럼프 '통상 협박' 부당" 시한 코앞 … 與, 美대사관 찾아 "농민 희생 강요"국힘 "李, 벌써 '협상 실패 빌드업' … 면피만"
  • ▲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의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요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 데드라인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 정부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범여권으로 불리는 각종 친여 단체와 군소 정당들이 미국을 비난하는 가운데 정부와 책임을 같이해야 할 집권 여당마저 반미 여론 형성에 맞장구를 치고 나선 것이다. 경제와 기업들의 명운이 걸렸다는 관세 협상 중 민주당의 반미 드라이브에 야당은 "국익을 내팽개친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도를 넘고 있다.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동맹 관계의 신뢰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자국 우선주의를 매우 무례하고,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의 압박, 전례 없이 거칠고 불합리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협박과 안보 관련 요구는 명백하게 부당하다"고 대대적인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은 같은 날 미국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 요구에 반대 뜻을 밝히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중 농수산물 시장 개방 압박이 들어오자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으로 불리는 농민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정보의 시장개방 확대요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위원장인 임미애 의원과 신정훈·문금주·윤준병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통상 협상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농어민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면서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 농축산물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요구는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을 짓밟는 행위이고 농어민의 생존권을 빼앗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국민 건강에 안전하다는 게 확실해졌을 때, 수입 개방 여론이 조성됐을 때 정부는 국회에 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이런 행패는 깡패(가 하는 일이)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당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인사들은 중국 전승절 참석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의원은 전날 서울 마포 MBC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TV토론에서 이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승절은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9월 2일 다음 날인 9월 3일을 기념하는 행사다. 하지만 중공군이 1950년 6·25 전쟁에 참전하며 북한을 도왔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 이런 중공군의 승리 기념식에 한국 정부의 참석 여부는 항상 논란이 돼왔다.

    문제는 현재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관세 협상 시한인 8월 1일까지 이틀을 남겨두고 막판 논의에 돌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최종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측 통상 수장들과 추가 협상을 벌였다. 

    정부만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재계 주요 인사들도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연달아 미국행을 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앞서 지난 28일에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 2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긴급 방미해 힘을 보탰다.
    ▲ 이재명 대통령(왼쪽)-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미국을 '깡패'로 비유하며 반미 여론 조장에 앞장서는 것을 두고 야당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한다. 협상 실패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기 위한 정략적 행태라는 것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협상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거다. 협상 실패하면 반미 전선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협상 실패 빌드업'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을 제대로 할 생각은 안 하고 빠져나갈 생각부터 하는, 면피에만 특화된 좌파 정권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미 관세 협상 정국에서 민주당의 이런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측이 가능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범여권 시민단체와 노조, 민주당을 제외한 범야권 정당들이 거칠게 미국을 비난하며 반미 감정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좌파 시민단체들은 지난 25일~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피플스 서밋 포 코리아(People’s Summit for Korea)' 행사에 참석해 미국을 맹비난했다. 함재규 민노총 부위원장은 27일 뉴욕 타임스퀘어 집회에 참석해 "한반도는 자주의 땅이 되어야 한다. 을사늑약은 일본의 한반도 강제 점령을 용인한 미국이 시작한 치욕과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민석 국무총리의 친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도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함께 미국을 '양키'라고 표현하며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트럼프의 미국은 '양키 제국주의의 끝판"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제국 미국은 지금 황혼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몰락하고 있는 제국과 운명을 같이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 까닭에 지금 이 나라가 금과옥조처럼 섬기는 이른바 한미동맹은 제국주의의 아가리에 우리를 넣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적었다.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평가받는 진보당은 전날 국회 본관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윤종호 진보당 원내대표는 "관세 협상이라는 미명 하에 동맹을 협박해 막대한 금액을 뜯어내는 불량배나 다름없는 동맹 수탈"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같은 행태가 국익을 사실상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한미동맹을 존중하며 관세 협상에 임해도 어려운 형국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주진우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정부의 핵심 지지 세력인 민노총, 촛불행동을 자제시켜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 정청래, 박찬대 대표 후보들이 앞다퉈 전승절 타령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민노총, 촛불행동과 타운홀미팅 해서 자제시키라"고 했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