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은 찍히지만 장바구니는 가볍다전통시장과 번화가 온도차…"효과 체감은 업종 따라"신청률 78%, 예산 7조…'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
  • ▲ 29일 오전 서울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은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김상진 기자

    2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은 최고 37도까지 오르는 폭염속에서도 붐볐다.

    상인들은 분주히 장사를 준비했고 시민들은 양산을 쓰거나 부채를 손에 쥔 채 문을 연 가게들을 둘러봤다. 눈에 띈 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들고 나온 노년층의 움직임이었다. 꼭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시민들은 땡볕 속으로 나섰다.

    현장 상인들은 "카드기는 많이 눌리지만 손님이 많이 오진 않는다"거나 "꼭 필요한 것만 사고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번화가 상권에선 "전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정책 취지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매출 상승과 소비 유도 효과에 있어선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쿠폰이 '지갑을 여는 동기'가 되기엔 부족하고 여전히 소비는 '절약'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전통시장'이라는 글귀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상진 기자

    ◆소비쿠폰은 찍히지만, 장바구니는 가볍다…"꼭 필요한 것만 구매"

    깨비시장 내 수산물 가게에서 일하는 40대 이모씨는 최근 손님들이 가져오는 카드에서 변화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 들어 소비쿠폰 카드를 많이 사용하신다"면서도 "유동인구가 확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더위 때문인지 휴가철 영향인지 평소보다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쿠폰 지급 이후 장사가 활성화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행사하는 물건이 잘 팔리긴 하는데 그게 소비쿠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소비쿠폰 사용은 체감되지만 전체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70대 김모씨가 운영하는 오리 요리집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기보다 '소비쿠폰 카드'를 쓴다"고 말했다.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손님이 있긴 하지만 그 자체가 손님 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지갑을 막 여는 건 아니에요. 꼭 필요한 것만 사가요. 채소 같은 건 사람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 많이 팔리죠"라고 했다.

    아울러 소비쿠폰의 특성상 "필요했던 물건만 사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어르신들이 참마가루 같은 건강식품을 사기 위해 용기 내어 지갑을 여는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는 "어떤 할아버지들은 평소에 그냥 바라만 보고 만져만 보고 가시던 분들이었어요. 그런 분들이 이번에 사가시면서 하루 매출이 5~10만 원 정도 늘었죠"라고 덧붙였다.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30대 정모씨는 "이 정도 더우면 시장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소비쿠폰이 있으니까 그나마 사러 오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일이 비싼 편인데도 이번엔 좀 많이 사가시더라. 가격만 보다가 그냥 가던 분들도 소비쿠폰 덕에 결제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요즘 시장에서는 말랑이 복숭아가 제일 잘 팔리는 품목이라고도 덧붙였다.
    ▲ 가게 앞에 붙은 '소비쿠폰 사용 가능합니다' 안내. ⓒ김상진 기자

    ◆전통시장과 번화가의 온도차…"효과 체감은 업종 따라"

    서울 내 다른 지역 상인들과 종사자들의 반응은 보다 복합적이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40대 김모씨는 "체감상 평일에는 1.5배, 주말에는 3배 정도 배달이 늘었다"며 소비쿠폰의 효과를 분명히 느꼈다고 했다. 특히 실물카드를 들고 있는 고령층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배달할 때 카드기 들고 오라는 요청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처럼 단말기를 요청하는 손님이 늘어난 이유는 배달 앱으로 주문하면서 결제하면 소비쿠폰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쿠폰은 소비쿠폰 사용 가능 가게에서 카드로 직접 결제할 때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고령층을 중심으로 카드 실물을 받아든 소비자들이 배달 주문을 할 때 "단말기를 꼭 가져와 달라"는 요청이 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번화가에 위치한 점포들은 '소비쿠폰 효과'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태원의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30대 조모씨는 "손님이 조금 늘긴 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건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30대 윤모씨도 "쿠폰 지급 전과 후의 차이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며 기존 유동인구가 워낙 많은 지역에서는 소비쿠폰이 새로운 소비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봤다.

    업종 특성에 따른 차이도 감지됐다. 윤씨는 "술집은 회전율이 빠른 편이 아니라 쿠폰 사용이 체감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생필품이나 식재료처럼 바로 소비되는 품목은 효과가 있지만 유흥업종이나 고관여 상품은 상대적으로 반응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 가게 앞에 세워진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 입간판. ⓒ김상진 기자

    ◆신청률 78%, 예산 7조 …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자 수는 약 3967만 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78.4%에 달했다. 지급된 지원금은 7조1200억 원 규모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54.4%), 2021년 국민지원금(68.2%)보다 같은 기간 신청 속도가 빠르다. 서울은 신청률 79.2%, 인천은 83.7%로 나타났고 전남은 70.4%로 가장 낮았다.

    지급 수단은 신용·체크카드가 약 2973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역사랑상품권(모바일·카드 포함)이 약 612만 명, 선불카드는 약 322만 명이었다. 온라인 신청은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가능하며 오프라인 신청은 주민센터나 카드사 제휴 은행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요일제 제한은 이미 해제됐으며 신청 마감일은 9월 12일이다.

    하지만 쿠폰의 효과가 모든 지역과 계층에 동일하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처가 대형마트나 백화점, 유흥업소를 제외한 연매출 30억 원 이하 매장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실제 소비 활동이 일어나는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체감 효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우 기자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