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서 민노총 좌파단체 인사들 모여 포럼민노총 부위원장 "점령군 미군, 주둔비 내라"일각선 "美가 '위대한 조국' 北 시달리게 해"'美 테러 조직 지정' 하마스 지지자들도 참석野 "관세 협상 풍전등화, 이런 게 매국 행위"
  • ▲ 함재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부위원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국과의 관세 협상으로 정재계가 초긴장 상태인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뉴욕을 방문해 미국을 맹비난했다. 미국이 한국의 점령군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야당은 물론 기업들 사이에서도 사활이 걸린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굳이 미국을 방문해 이런 행태를 벌이는 것 자체가 판을 깨려는 '매국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노총 인사들과 좌파 시민단체 인사들은 뉴욕에서 지난 25일~27일(현지시간) 열린 '피플스 서밋 포 코리아(People’s Summit for Korea)' 행사에 참여했다. 해당 행사에는 하마스와 필리핀 반군을 지지하는 인사들도 참석했다. 미국 정부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단체들이다. 

    함재규 민노총 부위원장은 27일 뉴욕 타임스퀘어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올랐다. 함 부위원장은 "한반도는 자주의 땅이 되어야 한다. 을사늑약은 일본의 한반도 강제 점령을 용인한 미국이 시작한 치욕과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도권만 일본에서 미국으로 넘어갔을 뿐, 간접 통치의 수단과 방법은 더욱 치밀해졌고, 동일하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이라며 "미국은 한반도를 해방시킨 나라인가. 한국은 진정으로 해방됐는가. 을사늑약 폐기, 광복 80년이 되는 올해에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주한미군이 한국을 전쟁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며 주둔 비용을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도 했다. 함 부위원장은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이며, 한국은 중국 앞에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고 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목표는 중국이고, 이 전략을 실행할 수단이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며 "이쯤 되면 오히려 미국이 한국에 주둔하는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북아 평화는 미국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용병국가가 아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모든 곳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 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상호관세 15%'를 골자로 한 무역 합의를 타결했다. ⓒ뉴시스

    이번 포럼에는 좌파 시민단체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토론 주제는 '미군 기지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저항 조명'였으며 이 자리에서도 미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박희인 대전자주통일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포럼 행사에서 "한국에는 1945년 해방 이후 주둔한 미군이 지금까지 점령군 행세를 하며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평화를 위협하며 학살을 자행하는 미군들을, 우리 힘으로 철거시켜야 한다"고 했다.

    국산 전북기독행동 대표는 "미제(미국 제국주의)는 지난 80여 년간 체제를 붕괴·전복·흡수통일하려는 적대 정책으로 조선(북한)을 시달리게 했다"며 "그 위대한 동포이자 조국인 조선, 또 다른 조국에 대해 우리는 품에 안고 그들이 더 자주적으로 잘 살 수 있도록 남북 상생의 교류·협력운동을 추진한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통일운동은 또 다른 의미의 반제 자주운동"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가까운 성향의 단체 인사들이 미국 한복판에서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실제 정부는 관계 장관들을 모두 미국으로 급파해 막판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 등 새로운 투자 청사진을 제시하며 미국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가 15%로 관세율을 낮춘 상황에서 정부가 25% 관세율을 인하하지 못하면 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금 관세 협상은 우리 경제 자체를 좌우할 중대한 기로에 있다"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이런 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것이 바로 매국 행위"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면서 "일부 개인의 일탈을 정세와 엮어 정부나 여당을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