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대화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 김정은 총비서와 대화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조미 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담화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미국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한다"며 "그렇다면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해, 비핵화 목표를 제외한 다른 형태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월20일 취임 직후부터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여러 차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 또는 '핵 국가(nuclear state)'라고 지칭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핵 동결이나 감축 같은 현실적인 군축 협상을 시작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자, 백악관과 미국 국무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국제법상 핵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1967년 1월1일 이전에 핵실험을 한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국이다. 북한은 NPT에 가입했다가 2003년 탈퇴를 선언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718호 결의를 통해 북한이 NPT에 따른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명시했다.


    백악관의 입장 표명은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담화를 한 이후 불과 하루 만으로, 상당히 신속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인 지난 1월20일과 3월14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외교가에서는 백악관의 이번 입장 표명이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그간 물밑 대화를 해온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화 의지가 자칫 지난 2019년 이른바 '하노이 노딜' 상황을 재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대북 제재 완전 해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의 다른 지역 핵시설도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은 결국 아무런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이번 협상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한다면 대북 경제 제재 일부를 완화해주는 이른바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비핵화 없이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게 되고 이는 '하노이 노딜' 보다 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사실상 '패싱'될 수밖에 없고, 미국과 북한의 직거래가 고착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