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25% 상호 관세 시작 … 협상 시한 촉박일본은 대규모 투자 약속하고 15%로 관세 타결李 정부 총력전 … 野 "한미 신뢰 균열로 인한 위기"
  •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 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부의 외교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친중 스탠스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한미의원연맹 소속으로 방미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번 방미 과정에서 만난 미국 의회·정부 핵심관계자들은 이재명 민주당 정권의 친중(親中)스탠스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 발 관세전쟁은 경제 문제를 넘어 미중 패권전쟁이라는 큰 시각에서도 봐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친중 노선에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관세협상의 물꼬를 터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외교가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나 의원은 "한마디로 미국은 조선업, 자동차, 반도체산업에서의 뛰어난 역량 보유국으로서 한국의 지위를 인정하지만 정치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른다는 것"이라며 "한미간 신뢰균열로 인한 통상위기는 이미 현실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25% 상호관세 부과가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상황에서 남은 닷새 안에 관세 인하를 약속받아야 한다. 일본은 관세율을 15%로 낮추면서 5500억 달러(한화 약 760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유렵연합(EU)도 이날 15%로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정부의 협상 실패로 관세 25%가 현실화되면 제조업이 기반인 한국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25% 관세율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열린 한미 관세 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 미국을 방문해 아워드 러트닉 상무부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났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통상 협의도 예고돼있다. 정부는 조선업 등을 관세 협상 테이블에 올려 미국의 구미를 당기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윤석열 정부의 전략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은 이제서야 조선업을 협상카드로 밝혔는데, 지난 4월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이미 제시한 전략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면서 "국익과 국민 일자리가 위협받는데도 정부는 친중, 친북, 경제 말살 정책만 펴고 있다"고 했다. 

    여당은 국민의힘이 국익을 내팽겨치고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린다고 반발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익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기업·특사단 등이 외교와 협상의 최전선에서 분투 중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뒤에서 총질하기에 바쁘다"면서 "당리당략과 정쟁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점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