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 이어 EU와도 무역합의 타결日-EU, 車 포함 15% 관세…美 에너지 구매-對美 거액투자 '닮은 꼴'韓, 이번 주 막판 타결 총력전…산업장관 '스코틀랜드 출장 협상설'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무역협상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250727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해온 고율 상호관세 부과가 임박한 가운데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대규모 무역 파트너와의 새로운 무역협상을 잇달아 타결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관세부과 유예시한인 8월1일까지 닷새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을 비롯해 아직 미국과 관세를 비롯한 무역 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국가들은 대미(對美)무역에서의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과 조속히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더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동한 뒤 애초 30%로 예고했던 EU의 상호관세를 15%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산 제품에 대한 15%의 관세율은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 분야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신 EU는 7500억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와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한편, 기존 투자 외에 6000억달러(약 830조원)를 추가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날 타결된 미-EU간 무역합의는 22일 발표된 미-일본간 무역협상 타결 내용과 유사하다.

    앞서 일본은 애초 25%로 발표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대폭 낮춰 적용하기로 했으며 이 방안에는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도 포함됐다.

    대신 미국산 제품은 일본에 수출할 때 관세가 없으며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항공기 100대 구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미·일 조인트벤처(JV) 설립 등도 합의했다.

    즉, 일본과 EU는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대규모 대미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관세율(일본 25%, EU 30%)을 크게 낮췄다.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로, 애초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무역합의 타결 가능성이 '50대 50'이라고 밝혔던 EU도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미국의 주요 무역파트너는 한국,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우 28~29일 이틀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과 제3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 대표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내달 12일 종료되는 초고율 관세에 대한 부과 유예시한을 양국이 일단 90일 추가로 연장할 것임을 최근 시사하기도 했다.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면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50724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

    특히 한국은 미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일본과 EU가 현재 한국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무역합의를 마무리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중압감이 훨씬 커지고 있다.

    한국이 내달 1일 이전에 미국과 새로운 무역합의를 타결짓지 못하거나 합의에 이르더라도 관세율 등 무역환경에서 일본이나 EU보다 불리한 협상 결과를 떠안게 될 경우 한국은 수출 경쟁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본과 EU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투자를 약속한 것도 한국으로선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에 400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요구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α(알파)' 규모로 국내 대기업의 대미투자계획을 미국 측에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요구한 규모는 물론, 일본과 EU가 각각 미국과 합의한 투자 규모와도 큰 차이가 있어 한국 측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내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시점 직전까지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올코트 프레싱'으로 총력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협상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의 무역협상 '수장'인 베센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같은 날 만나 한·미간 무역협상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미 지난주에 미국을 방문해서 루트닉 상무장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벌였다.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본부장은 출장기간을 연장해 25일에는 뉴욕의 루트닉 장관 사저까지 찾아가 추가 협상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 현지에서 대통령실이 개최한 범정부 통상현안 긴급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대미 협상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장관 등은 뉴욕 방문 이후 워싱턴DC로 복귀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 스코틀랜드로 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코틀랜드에는 루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김 장관 등이 스코틀랜드로 향했다면 이들과 추가 협상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