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의원 45명 제명안 발의부터 국힘 해체 법안까지강성 당원 겨냥한 선명성 경쟁 과열경쟁 넘어 사실상 '이전 투구' 양상강선우 사퇴 놓고 두 후보 지지층간 감정 대립 선 넘어
  •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에 나선 정청래·박찬대 후보가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을 고립시키기 위해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무더기 제명하려는 시도와 함께 아예 정당을 해산하려는 법적 움직임도 추진 중이다. '투사' 이미지를 부각해 강성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후보는 지난 25일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는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할 때 해당 의원들이 관저를 둘러싸 방해한 행위를 '내란 동조'로 규정했다.

    이처럼 의원 개인이 다수의 국회의원을 겨냥한 제명안을 발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제헌 이후 21대 국회까지 제명 촉구안이 발의된 사례가 4건(6명)임을 고려해도 규모가 크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야당을 아예 말살해 버리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제명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범여권 의석만으로는 제명안 통과가 어렵다. 박 후보는 "양심적 표결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대야소 형국에서 이에 동조할 가능성은 낮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장동혁 의원은 "차라리 국회를 없애고 인민위원회를 만들어라"라고 일갈했다.

    앞서 박 후보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내란재판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와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 장동혁·송언석·윤상현 의원 등을 '내란 10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12·3 내란 청문회'에 부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 후보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야 투쟁'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제명안을 발의했다고 봤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한 주진우 의원은 "박찬대 의원이 당대표 선거가 많이 어려운가보다"라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내 선거용 땔감"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제명안을 제출하던 시점을 기준으로 지역 순회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37.35%로 정 후보 62.65%보다 한참 뒤처지고 있었다. 당대표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한 박 후보가 '국민의힘 의원 45명 제명안'이라는 강경책을 내놓음으로써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는 대놓고 국민의힘 해산 목적의 법안을 발의했다.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국회 본회의 의결로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행법상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 주체는 정부인데, 이를 국회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국민의힘 수석 당원이었던 윤석열 내란 수괴 혐의자가 1심 판결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가 나오고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의 내란 동조 혐의가 내란 특검 수사로 기소돼 재판이 시작되면 '국민의힘을 해체시키자'는 국민적 요구가 들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를 '검찰 독재 정권'으로 칭했던 정 후보는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했다. 이른바 '검찰개혁 2법'으로 검사 징계 종류에 '파면'을 추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사 징계 대상자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 처분을 받는다.

    문제는 두 후보가 야당과의 협력보다는 대결 구도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제1야당을 없애려는 목적이 실제로 실현되면 거대 여당을 견제할 세력은 입법부에 사실상 전무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일당 독재'를 우려하는 이유다. 

    두 후보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지층 사이에서 내분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던 강선우 의원에게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강 의원이 후보직 사퇴를 표명하자 정 후보자 지지자들은 박 후보를 "배신자"라고 공격했다. 정 후보는 갑질 논란이 터질 때부터 "곧 장관님"이라며 강 의원을 두둔했다. 이를 두고 박 후보는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정 후보는 '당심'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 간의 선명성 경쟁에 대해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 표를 얻기 위해 강성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