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와 불편한 동거 … 최동석 논란에 민주당 친문 '반발'박지원 "정치가 국민 이기려 하면 안 돼" … 崔 자진사퇴 여지
-
-
- ▲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모습.ⓒ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인사 논란에 휩싸인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의 과거 발언을 둘러싸고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 처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를 싸잡아 비난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당내 친문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과거 정치권에 대한 평론 등으로 인사 논란에 휩싸인 최 처장을 두고 당 내부에서조차 "인사 검증이 우려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친문계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갈등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 처장은 (논란이 된) 저러한 것(발언)을 진솔하게 국민들한테 솔직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내 친문계인 윤건영 의원이 최 처장의 문 전 대통령 비난에 대해 "화가 난다"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을 두고도 "문 전 대통령을 저렇게 원색적으로 비난했으면 당연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적해줘야 된다"고 했다.
아울러 최 처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 논란에 대한 질의에 "신문을 안 봐서 모르겠다"고 답을 회피한 데 대해서도 "무책임한 것"이라며 "그런 태도는 국민이, 언론이 용납 안 한다"고 지적했다.
최 처장은 2020년 7월 28일 언론 기고문을 통해 "박원순 사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인사혁신처장 임명 시점에 회자되면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최 처장은 기고문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께끗한 사람"이라며 "치사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옹호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처장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 원천 배제 7대 원칙'을 두고 "아주 멍청한 기준으로 나라를 들어먹었다"고 비난했다. 또 "아직도 문재인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재인을 칭송하는 건 있을 수가 없다"며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했다.
친문계 인사에 대해서도 혹평을 이어갔다. 그는 김경수 현 지방시대위원장에 대해 "비서로서는 아주 적격"이라면서 "공직에 나와서 어떤 일을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낮게 평가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서도 "조국은 '있어빌리티'라는 금수저 특성이 있다"며 "언행의 화려함 속에 허항된 거짓과 실현 불가능한 약속이 들어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지난 5월 친여 성향의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을 "민족의 축복"이라며 예수에 빗대기도 했다. 4월 같은 방송에선 "우리 국가도 민족 전체가 이재명의 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뉴데일리DB
최 처장의 주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전 시장 옹호성 발언과 이 대통령을 향한 긍정 평가에 대해선 각각 2차 가해 논란과 '아첨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에서 작동하는 것은 오직 '명심(明心·이 대통령의 의중)'뿐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최 처장은 인사혁신처장이 아니라 아첨혁신처장"이라고 직격했다.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을 두고는 윤 의원이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치욕스럽기까지 하다"며 "무엇인가 말하기도 싫다. 지켜보겠다"고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 처장의 거취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의원은 라디오에서 '사과를 해도 국민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쩌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치는 국민을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여론에 따라 자진 사퇴를 고려해야 한다는 여지를 남겼다.
범여권인 조국당의 황운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경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다"며 "하필이면 이런 사람을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요지부동이다. 민주당의 주류인 친명계는 최 처장에 대한 논평을 삼가는 분위기다. 도리어 친문계의 반발에 대해 "사퇴를 운운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각자 다양한 정치적인 해석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끼리 균열의 틈을 보여서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줘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