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방 아파트 건설현장.ⓒ뉴데일리DB

    지난달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이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무섭게 치솟던 집값에 대한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다. 실제로 6·27대책 발표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4주째 둔화흐름을 보였다.

    서울에서 대출한도인 6억원만 빌려서 매입할 수 있는 주택이 많지 않다보니 추가대책이 나오기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109로 전월보다 11p 하락했다. 2022년 7월이후 3년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6·27대책 발표후 가격뿐 아니라 거래량과 매물도 줄었다. 이달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1636건으로 전달 같은기간 7510건보다 78.2% 급감했고 매물도 11만8712건으로 2% 줄었다. 당초 풍선효과가 예상됐던 노도강과 금관구 또한 가격과 거래량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한강벨트는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전용 89㎡는 이달 27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달 22억9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한달 사이 4억이 올랐다. 여의도 삼부아파트 전용 77㎡도 직전거래 대비 9억7000만원 오르면 최고가를 찍었다. 

    신고가 거래가 나온 한강변 재건축단지는 주로 10억~20억원으로 6억원 주택담보대출 상한영향을 강남권 고가단지 대비 덜 받는 측면이 있다. 강남권으로 진입을 하려던 현금부자들이 방향을 틀어 한강밸트로 이동한 배경이다. 

    여기에 여전히 입주물량 감소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신축수요를 선점하려는 투자수요가 한강변 재건축단지에 쏠린 것도 영향을 줬다.

    시장에선 정부가 집을 사기 위한 주요 자금조달 수단을 옥죈 만큼 당분간 수요가 위축되겠지만 후속 공급대책이 뒤따라 나오지 않으면 집값상승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보았듯이 대출규제의 효과는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정도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공급부족 우려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 지명이 가장 늦어지며 아직 인사청문회도 개최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그나마 현재까지 드러난 공급 방안의 윤곽을 보면 3기 신도시사업 정상화가 우선시되고 있고 그린밸트를 통한 택지 확보나 태릉CC, 용산 캠프킴 등 국공유지 개발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그린밸트 해제 경우 지난해 8·8대책에 포함됐던 내용이고 국공유지 개발 경우에는 2020년 8·4대책에 포함돼 있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책이 공급방안일 경우 결국 기존 대책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시장에 안정을 가져올 새롭고 획기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국공유지 개발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부분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0년 8·4대책을 통해 서울 국공유지를 활용해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마곡의 1200가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심 공급확대 수단인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도 불분명한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정부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공공기여 부담이 늘어날 경우 사업성이 악화돼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일반 서민들은 내집마련의 꿈을 당분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집값에 낀 대출거품은 그동안 문제로 지목돼 왔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과거 정부들의 규제폭탄에 내성이 생긴 시장 수요자들에겐 적절한 공급확대가 필요하다.

    2000년대초반 미국 주식시장과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한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당시 과열의 심리적 원인으로 '야성적 충동'을 지목했다. 

    이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경제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영국 경제학자 케인즈가 도입한 개념으로 직감에 눈이 멀면 비이성적 과열을 낳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부를 부모에 비유했다. 그는 부모는 자녀에게 적절한 자유를 부여하되 야성적 충동으로부터 보호할 역할이 있고 이것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집값 안정을 바란다면 적절한 규제와 함께 지금이라도 대선에서 약속했던 공급확대를 제대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나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