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고검장·지검장들에 인사대상자 고지'대장동 수사' 송경호 부산고검장 사직글 게재宋 밑에서 수사한 고형곤 수원고검차장도 사직'尹 기소'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사직 소회 밝혀
  • ▲ 검찰. ⓒ뉴데일리 DB

    이재명 정부 첫 검찰 고위급 인사를 앞두고 전국 지검장·고검장 등 검찰 간부들의 사의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인사 대상에는 윤석열 정부 당시 중용됐던 특수·기획통 검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들에게 인사 대상자임을 알리는 연락을 돌렸다. 

    통상 검찰에서는 고위간부들에 사전 연락해 용퇴를 끌어내거나 용이한 인사를 위한 길을 터달라는 양해를 구하는 식으로 연락이 이뤄진다. 사실상 검찰 인사를 앞두고 사의 표명 등 거취를 정리하라는 취지다.

    송경호(사법연수원 29기) 부산고검장은 이날 이프로스(검찰 내부망)에 "조만간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사법 절차는 오직 국민의 편익 증진과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계돼야 한다"며 사직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송 고검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하려고 시도하다 지난해 5월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됐다. 법조계에서는 '좌천성 승진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윤 전 대통령을 내란 등 혐의로 기소했던 박세현(29기) 서울고검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박 고검장은 이프로스에서 "믿을 수 있는 형사사법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기 위해 우리 구성원들의 땀과 눈물이 어린 고민과 노력, 그동안의 생생한 경험들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고 밝혔다.

    고형곤(31기)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중앙지검 4차장으로 보임돼 송 고검장과 함께 대장동·백현동 수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공직에 있는 동안 '사직'이라는 두 글자는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단어였는데 이제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밝혔다.

    정영학(29기) 부산지검장도 사직 인사를 통해 "검사의 일은 과분하고 힘들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다루는 일은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는 하기 어렵다"며 "쉽지 않은 일들이 있었지만 선후배·동료 덕에 가파른 고개를 넘고 깊은 골짜기를 건넜다"고 소회를 전했다.

    전무곤(연수원 31기) 대검 기획조정부장도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매순간 검찰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제 청춘을 바친 검찰이, 제 평생 사랑했던 검찰이 더 잘 되기만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봉수 대구고검장, 박기동 대구지검장, 정희도 대검 공송부장(검사장)도 이미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사직 규모에 따라 후속 검사장 승진을 포함한 검사장급 인사가 예상된다. 법무부는 연수원 31∼33기 30여 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세부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