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풍보다 '상법·노조법·법인세' 등 더 아픈 '내부 총질'제조기반 흔들리면 … 협력사 공급망 이어 지역경제 붕괴 도미노한은, 기저효과 분명한데 … 2Q GDP 발표, 美관세 협상 엇박자기업 원하는 건 '글로벌스탠다드' … 흐름 놓치면 '부작용' 감당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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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 50여 일, 새판짜기가 한창인 가운데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긴 관세 총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K제조업의 경쟁력을 추락시켰고,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 베트남 등 주변국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산업발전 속도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초저출생'과 '초고령화' 문제는 이른 시일 내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향후 기업들의 인력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청년들이 힘든 일을 꺼리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는 평생을 바쳐 세운 가업을 물려주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조에 편승한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넘어 자칫 기업을 죽이는 상황까지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상법 개정에 이어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법인세 인상 추진 등 기업 발목을 잡는 법안들이 잇따르면서 더 이상 기댈 곳은 없어 보인다.

    앞서 제기된 모든 문제는 기업이 혁신 등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관세전쟁의 경우 정부가 외교적으로, 노조법과 세금 및 투자 관련 인센티브 역시 정치적 스킬이 필요한 부분이다. 스스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 보니 상의, 경총 등 경제단체를 통한 소극적인 의견 전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른 디테일을 살릴 수가 없다 보니, 향후 정부 정책 마련이나 외교적 해결에 있어 정확하고 분명한 메시지 전달도 어렵다. 쓰나미가 코 앞까지 밀려 왔는데도 두루뭉술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다. 25% 상호관세에 자동차와 부품, 알루미늄 등 철강 제품 25% 등 미국발 관세 폭풍은 자동차, 철강, 배터리 산업의 가격경쟁력 상실에 따른 수익성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해외 현지 이전을 촉발, 국내 제조업 기반을 흔들게 된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1, 2, 3차 협력사들로 이어지는 공급망 붕괴와 함께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국민의 삶이 퍽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트럼프가 당긴 관세전쟁 총성은 주변국보다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에 직격탄을 날렸다. 올 상반기 수출을 살펴보면 대만과 베트남, 중국, 일본, 멕시코의 경우 각각 20.6%, 14%, 6.4%, 6.0%, 4.5%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우리나라는 마이너스(0.8%감소)를 보이며 우려를 증폭시켰다.

    기업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등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은 실적이 좋은 기업보다 어려운 기업에 치명적이다. 기업, 산업별 '부익부 빈익빈' 격차만 더 키우는 꼴이 된다. 정부가 지적한 2022년 100조원 수준에서 2024년 60조원 수준으로 법인세가 급감한 이유는 법인세율을 1%P 낮춰서가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가 원인이다. 다시 세율을 1%P 올린다고 해서 잃어버린 세수 40조원이 더 걷히는 것도 아니다. 1조원도 안된다. 법인세는 기업실적이 좋아져야만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석화, 철강 등 전통산업은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저가 제품으로 이미 설 자리를 잃었고, 나름 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자신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산업의 경우 이미 기술력에 있어 따라 잡혔다. 또 인도와 베트남 등 주변국의 공업화는 K제조업을 야금야금 갉아 먹으며 깊이 침투한 지 오래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상법 개정안과 법인세 인상이 아닌 노란봉투법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출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실적 악화 지속으로 임금인상은 물론, 인센티브, 복지제도 등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지만, 노조의 정치권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면서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확대'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을 핵심으로 한다. 기존 회사 노조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교섭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원청 기업은 수백여 하도급 노조와 1년 내내 파업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특히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조차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기업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동시에 헌법상 '사용자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

    미국의 관세 협상 D-day를 며칠 앞두고 나온 한국은행의 GDP(국내총생산) 발표도 아쉽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들어 국내총생산이 소비 회복과 반도체, 정유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에 힘입어 1분기 만에 역성장 늪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침체가 여전한 가운데 1분기 역성장(-0.2%)과 지난 4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섣부른 전망과 기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은 관세 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착시 효과를 보여줄까 싶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까 우려스럽다. 

    GDP 브리핑을 하는 한국은행 책임자가 "(관세 영향이) 3분기부터는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았다지만, "2분기까지는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말은 참았어야 했다. 이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자꾸만 한국을 향해 '부유한 나라'라고 규정하며 '더 큰 선물'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무적 감각이 아쉬운 대목이다. 같은 시간 국가의 운명이 걸린 미국과의 '2+2협상'이 돌연 무산됐기에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경제살리기는 낙수효과가 큰 기업살리기가 먼저다. 특혜가 아닌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추자는 게 기업들의 요청이다. 기초적인 부분이 성립하지 않으면 외국자본 유치는 물론,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도 어려워진다. 사회적 약자인 노조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 되지만 글로벌스탠다스와 큰 차이를 보이면 부작용만 발생한다.

    경제살리기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다.  이 대통령이 잇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면담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경제살리기 선봉에 서야할 기업들이 기댈 곳이 없다. 외부 관세 전쟁보다 대한민국 내부의 총질과 정부 부처의 엇박자가 더 아프다.
최정엽 산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