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첫 공판서 정당방위 인정정 부장검사 "피해자에 깊이 사죄"
  • ▲ 최말자(78세)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손을 치켜 들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세)씨의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며 법정에서 고개를 숙였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23일 최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과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 측에서는 정명원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가 직접 출석해 "본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정 부장검사는 구형 직전 최씨를 '피고인' 대신 '최말자님'으로 부르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던 최말자님에게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역할은 피해자를 범죄와 사회적 편견,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만, 과거 이 사건에서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시대가 변해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도 지금도 무죄였어야 할 사건"이라며 "검찰과 법원이 이제라도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최후진술에서 "국가는 1964년 악마 같은 그날의 사건을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며 "61년간 죄인으로 살아온 삶, 희망과 꿈이 있다면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최씨는 법정을 나서며 "이겼습니다"를 세 차례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과 여성단체 회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함께 환호했다.

    최씨는 만 18세였던 1964년 5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시킨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법원은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가해자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3년 넘는 심리 끝에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재심이 열리게 됐다.

    재심 재판부의 선고공판은 오는 9월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