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22일 기일 추후지정 결정 앞서 위증교사·선거법·대장동·법카유용 기일도 추정헌재, '李 재판 중단 위헌' '재판 지연 위헌' 소원 각하 차진아 교수 "헌법84조, 법원 자의적 해석 말았어야""李 권한쟁의심판 청구해 헌재가 유권 해석했어야""대법원, 상고기각·파기자판 아닌 파기환송으로 회피""전국법관회의, 사법 독립 침해 입장문 왜 안 냈나""이화영 광복절특사, 李 유죄 스스로 인정하는 셈"
  • ▲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게 하도록 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 중지에 대한 유권 해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5개 형사 재판'을 중지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차 교수는 "법 해석의 통일성이라는 관점에서 각급 법원들은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재판 절차를 속행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전부 중지된 것이 대해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기보다, 정권 교체가 되기 전후 정치권력의 압박에 스스로 굴종한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외칠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 법원. ⓒ뉴데일리 DB

    ◆ 李 형사사건 1·2·파기환송심 재판부들, 공판 기일 추정

    이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기 전후로 법조계에선 '헌법 84조'가 규정하는 범위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기 때문이었다.

    학계에선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범위가 '당선 전 재판까지냐', '당선 후 기소만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논란을 뒤로 하고 지난 6월 3일 이 대통령이 당선됐다. 같은달 18일 예정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1차 공판 기일'을 약 2주 앞둔 시점이었다.

    같은달 9일, 파기환송심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 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해당 공판을 기일 추정 결정했다. 기일 추후 지정이란 재판부가 다음 공판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다.

    이후 법원은 각각 ▲6월 24일 대장동 횡령·배임 사건 1심 공판기일 ▲7월 1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1심 공판준비기일에 향후 재판 기일을 추정했다.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도 대선 전인 지난 5월 12일 추정된 이후 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이후 지난 22일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재판부가 기일 추정하면서, 수년간 이어진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사법리스크는 임기 내에 한해 해소됐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국정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헌법 84조가 '당선 전 재판'까지 면책 대상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이 대통령의 재판이 중지된 과정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선거법위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엔 공판기일을 빠르게 지정했는데, 정작 당선되고 공판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자 기일을 추정했다"며 "정권이 교체되니까 권력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 청문회, 판사 처벌법을 추진하는 것을 보며 보복이 두려웠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헌법 84조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재판을 속행해 이 대통령이 '재판을 중지해달라'는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토록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속개를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 "대법, 파기자판 했어야 … 전국법관회의, 성명 왜 안 냈나"

    차 교수는 대선 직전 진행된 선거법위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할 것이 아니라 '파기자판'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신속 심리 의지를 밝히며 대선 전 상고심 선고 기일을 잡았다"며 "하지만 정작 파기환송이라는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상고를 기각하든, 파기자판하든 대법원 스스로가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며 "그러나 파기환송으로 사건을 하급심에 떠넘겨 대법원 이하 사법부 조직이 정치세력에 굴종 당하는 모습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차 교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인 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대해서는 "법관들이 스스로 나서 정치 개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상 상고심 이후 민주당은 '선고가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됐다'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탄핵과 청문회를 추진했다. 이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임시 회의를 열고 '이 대통령 상고심 공정성 문제'와 '사법 독립'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임시 회의는 해당 안건들이 부결되면서 사실상 공전했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법관들은 대법원이 상고심 선고 기일을 잡았을 때에는 정작 가만히 있었다"며 "그런데 유죄 취지 파기환송하자 갑자기 '공정하지 못하다'며 임시 회의를 진행했다. 이는 법관들이 사실상 정치에 개입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성명 하나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모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법원의 정치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헌법소원, 자기관련성 없어 … 이화영 '광복절 특사', 李 유죄 자백하는 것"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중지되자 헌법재판소에는 '재판 중지가 위헌이다'라는 취지의 헌법 소원 4건이 접수됐다. 또한 '이 대통령 재판 선고가 지연된 것은 위헌이다'라는 취지의 헌법 소원도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헌법소원을 전부 각하했다. 각하란,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요건심사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본안 판단 없이 절차적으로 종료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차 교수는 "헌법소원 청구인이 일반 시민이었으므로 기본권 침해를 받지 않은 제3자의 소원이었다"며 "기일 추정 결정은 법원의 재판이라고 볼 수 있고, 법원의 재판은 헌법 소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헌재의 헌법소원 각하는 당연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약 3주 남은 광복절을 앞두고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복영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특별 사면 여부가 화두다.

    법무부는 최근 기준사면 대상자와 사례를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대검찰청을 통해 일선 검찰청에 발송했다. 기준사면은 민생사범과 단순 경제사범, 교통법규 위반자 등에 대해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면 일괄적으로 사면해 주는 제도다.

    기준사면 검토가 마무리된 후에는 사면심사위원회(사면심사위)가 구성돼 특별사면 후보자 심사 절차가 진행된다. 사면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달 11일 페이스북에 "조국, 송영길, 이화영을 비롯한 검찰독재정권의 수많은 사법 탄압 피해자들"이라며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며 직접 사면 복권을 관철해내자"고 사면·복권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이 대통령이 대북 송금 사건 공범인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본인이 죄가 있다는 것을 자백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