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편의점 간다더니 총 들고 돌아와""가족들 향해서도 발포…총기 불발로 미수""아내·아이들까지 노려…단순 가정불화설은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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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인 60대 남성이 아들뿐 아니라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살해하려 했다는 유족 측 주장이 나왔다.
피해자 유족 측은 "가정불화로 인한 범행"이라는 일부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피의자가 가족 전체를 향해 무차별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밝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숨진 피해자 A씨(33)의 유족은 23일 일부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피의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했으나 총기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범행은 지난 20일 밤 9시 30분께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발생했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아버지 B씨(62)로 사건 당시 생일을 맞아 아들이 마련한 가족 모임에 참석한 상황이었다.
유족에 따르면 B씨는 케이크를 나누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뒤 총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다시 올라와 아들에게 총을 두 발 쐈다. 당시 현장에는 A씨와 그의 아내, 손주 2명, 지인 등이 있었다.
이어 피해자의 지인을 향해서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총알이 나가지 않았고 아이들을 숨기려던 며느리가 방 밖으로 나왔을 때는 총기를 다시 손보며 쫓아갔다. 유족은 "며느리가 아이들이 있는 방 문을 잠그자, (A씨는) 수차례 문을 열려고 위협하며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이런 행동들을 근거로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살해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아들만을 겨냥한 범행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과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추가로 조사해 실제로 살인을 추가로 시도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B씨는 범행 직후 차량을 이용해 서울로 도주했고 경찰은 이날 오전 0시 15분께 서울 방배동 남태령지구대 인근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가 사용한 사제총기와 차량에서 발견된 10정의 총기, 실탄 3발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이튿날 경찰은 B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도 시너가 담긴 병 인화물질 15개, 점화장치 등을 발견했다. 이 물건들은 범행 다음 날인 21일 정오에 불이 나도록 타이머가 설정된 상태였다. 경찰은 B씨가 방화까지 계획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한편 유족은 일부 언론이 "이혼으로 인한 가정불화가 범행 동기였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의 어머니와 B씨는 25년 전 이혼했지만 피해자(아들)는 이 사실을 결혼 후인 8년 전에야 알게 됐지만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를 숨겼다고 했다.
유족은 "이혼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정을 피의자가 알게 되면 피의자가 (겪을) 심적 고통을 배려하고자, 피의자에게는 이혼 사실을 피해자가 알고 있음을 내색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또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로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났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피의자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족은 입장문 말미에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입장을 밝히게 됐다"며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유족의 2차 피해가 우려돼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