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명령 거부자 포상 방침, 軍 내부 혼란 가중"상명하복 무너지면 군 조직 붕괴" 우려 확산文정부 적폐청산, 국정원 실무자까지 처벌 논란"담당 공직자 면책 없인 공직사회 마비"… 입법 필요"공직자는 보호, 책임은 정무직에 제한" 법제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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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입장을 밝힌 뒤 경례하고 있다. ⓒ뉴시스
군의 명령 거부자들은 포상하고 명령 이행자들은 처벌하는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면서 상명하복 원칙과 군 기강 유지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조건적 명령 복종이 맞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엄격한 규율이 첫 번째 덕목인 군에서 상명하복이 실종될 경우 전시 상황 등에서 과연 대처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군과 정보기관은 물론, 일반 공직 사회에서도 상부 지시를 집행한 담당 공직자는 법적으로 보호하고 책임은 정무직 등 윗선에만 묻는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軍 내부 갈등 고조… "지시에 대한 법률 검토·투표까지 할 판"
최근 국방부는 전임 정부의 '12·3 비상계엄' 당시 위법하거나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장병에 대해 포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병사의 경우 조기 진급을 시켜주거나 정부 차원, 또는 국방부나 군 차원 포상을, 초급 간부의 경우 장기 복무 선발에 혜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말로 공이 있어서 반영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하반기 장교 진급 심의 과정에 반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조치가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군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란 관련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 장교들이 특검 수사의 대상이 되는 등 군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이 각각 2022년, 2024년 시작한 무인기 도발과 '오물·쓰레기 풍선' 도발에 맞서 '평양 무인기 작전'을 지휘한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의 개인 PC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가 발견되기까지 했다. 유서에는 "나는 이념을 떠나 국민과 국가를 위해 살아왔고, 국민을 위해 무인기 투입 작전을 건의했다. 억울하다. 군인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707 특수임무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707 부대는 12·3 비상계엄 당시 북한 현지 투입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작전은 여의도 국회에 투입됐다.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임무 지시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일부 단원들은 법적 처벌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책임 소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현재 비상계엄에 대한 법적 심판도 진행되고 있고 군의 생명인 '상명하복'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를 졸속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자신의 상관을 신뢰하고 지시된 명령은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모든 군인의 본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군대는 와해된다"며 "앞으로 어쩌면 우리 군에서는 상관의 지시에 대해 일일이 따져보고, 법률 검토도 하고, 심지어 투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고위급 장군들은 어떤 명령에 대한 가치와 위법성을 판단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극히 일부 고위급에만 해당한다. 그 이하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하급자들이 작전이나 지시의 위법성을 현장에서 판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군 기강 유지 중요성… 역사적 교훈 상기해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의 항명 사태와 2022년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침공 사례는 명령 불복종이 군 조직 붕괴와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1917년 당시 프랑스군은 무리한 공격 명령에 항명 사태가 발생해 전선의 절반이 무너졌고, 2022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병사들의 명령 불복종과 탈영으로 전쟁 수행 능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하급자들에게는 작전의 합법성을 현장에서 즉각 판단할 능력도 권한도 없다"며 "특히 비상 상황이나 전시에 개별 군인이 명령의 합법성을 판단해 거부한다면 군 전체의 작전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병사가 개별적으로 명령의 정당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군의 지휘 체계는 사실상 붕괴될 수밖에 없다. 지휘권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상급자의 책임이고, 하급자는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도록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상명하복 원칙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필요성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이나 백마고지 전투는 극한 상황에서도 병사들이 명령에 철저히 복종했기에 전략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전문가는 "상명하복이 무너지면 군 조직 자체가 존립하기 어렵다"며 "하급자가 상부의 명령을 신뢰하고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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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8년 4월 10일 당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반복되는 '담당 공직자' 처벌 논란… 국정원과 공직사회 위축 사례
이 같은 혼란은 군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다른 공직사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보기관과 일반 공무원 조직에서도 담당 공직자들이 과도한 책임을 떠안으며 조직이 위축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에서는 검찰의 '국가정보원 적폐 청산' 수사로 전현직 간부와 직원 약 200명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구속되거나 옷을 벗은 직원들만 42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4~5급 실무자들까지 형사처벌을 받자, 조직이 크게 위축됐다. 공직사회 역시 정권 교체 시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로 하급 공무원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적극행정 기피와 복지부동 풍조가 확산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안보 전문가는 "국정원은 위험을 감수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일하는 조직인데, 상부의 지시를 이행한 담당 공직자들이 처벌받은 이후 일반 공무원과 다를 바 없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의 정보기관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이라며 "국가 안보가 구멍 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간다. 공직자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서 국가 전체가 작동을 멈추게 한다"고 꼬집었다.
◆책임은 정무직까지만… 법제화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군과 정보기관 등 공직사회의 기강과 기능 유지 차원에서 담당 공직자를 보호하고 책임은 윗선에서 지는 명확한 법적 보호장치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무직 공무원은 정책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지만 실무자에게까지 책임을 전가하면 조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전문가는 "개인 비리 문제가 아닌 이상, 상부 지시를 이행한 담당 공직자들에게는 법적 면책특권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고, 명령에 대한 책임은 지시한 윗선이 지도록 명확히 법제화해야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실무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분단 현실을 감안할 때 지휘체계의 일사불란함과 공직자 보호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