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항의와 혼선, 처벌만으론 해결 어려워대리투표·투표지 실수…투표사무원 책임론 제기"절차 이해·현장 대응" 교육 강화 필요성 커져서울시 선관위 "혼선 사례 취합해 제도 개선 중"
  • ▲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날인 지난 5월 29일 경기 화성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서울 강동구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에 참관인 도장이 없다"며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피운 70대 유권자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단순한 소동처럼 보이지만 반복되는 투표소 혼선은 현장 대응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 '20대 대선' 사전투표소서 "도장 없다"며 고성…70대 유죄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부장판사 서동원)은 지난 10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75)에게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22년 3월 서울 강동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에 참관인 도장이 찍혀 있지 않다"며 선거관리원에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성을 지르며 주변 유권자들에게도 소란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현장 투표사무원이 수차례 제지했으나 김씨는 이를 무시한 채 항의를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형사처벌 전력이 다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전투표소를 포함한 모든 투표소 내에서의 질서 방해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는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66조 역시 유권자가 투표소 내에서 선거사무원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등 질서를 방해하면 퇴거 조치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날인 지난 5월 29일 경기 화성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올해 대선 투표서도 혼선…"처벌만으론 부족, 선거사무원 역량 강화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성과 질서 유지를 위해 엄정한 대응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유권자 항의와 현장 혼선은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선거사무원의 절차 위반이나 현장 대응 미흡은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 배우자 명의로 대리투표를 한 선거사무원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박모씨에 대해 재판부는 "남편 명의로 거짓 투표를 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직접투표 원칙을 훼손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30일에도 경기 용인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유권자가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는 회송용 봉투를 받았다"며 112에 신고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선관위는 자작극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사의뢰 방침을 밝혔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는 현장 투표사무원의 단순 실수로 확인됐다.

    이처럼 투표소 내 항의와 소동은 특정 선거에 국한되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유권자 교육 부족, 현장 안내 체계의 미비, 절차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도장이 없다'며 투표소에서 고성을 지른 70대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이번 사건 역시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 절차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 부족과 현장 대응 매뉴얼의 한계가 맞물리며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소 소란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단순히 방해 행위로만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유권자의 불신과 오해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보다 구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절차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현장 대응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선 투표사무원의 안내 역량과 매뉴얼 적용의 편차, 유권자 혼선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설계의 미비는 여전히 '관리 부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김소정 주무관은 "선거 기간 발생한 사건·사고는 전국 254개 구·시·군 선관위에서 문제점을 취합해 시·도 선관위가 분석한 뒤, 중앙선관위에 보고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반영해 선거사무원 대상 교육도 보완할 계획"이라며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실습형 교육과 정기 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