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인터뷰서 각국과의 무역협상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을 것 시사"관세 높아지면 협상국들, 더 많은 압박 받아…5차례 제안한 인니가 좋은 예"中의 러·이란산 석유 수입, 對中 협상서 지렛대 활용 전망…"유럽도 제재 동참"
  • ▲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50611 AP/뉴시스. ⓒ뉴시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각) 미국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시점인 내달 1일 이전에 각국과 신속히 무역합의를 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각 무역상대국과의) 대화는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역합의의 질이지 합의의 타이밍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20년, 30년, 40년에 걸쳐 쌓인 (무역) 불균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적용할) 최대한의 지렛대를 만들었다"며 "우린 8월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상은 현재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우린 계속 (무역상대국들과) 대화할 수 있지만, 합의하기 위해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이 영국, 베트남에 이어 가장 최근 무역합의를 이룬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을 소개하면서 "그들은 총 5차례 합의안(초안)을 가져 왔다. 첫 제안이 매우 좋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다시 (수정안을) 들고 왔다"며 "인도네시아의 제안은 점점 좋아졌고, 결국 환상적인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합의로 (인도네시아의 미국에 대한) 1만1000개의 관세 항목이 철폐됐고, 비관세 장벽도 포함돼 있다"며 "우린 그들에게 19%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그들은 우리에 대한 관세가 전혀 없다. 농업과 보잉 비행기를 대량으로 구매할 것이다. 이것이 좋은 무역합의의 모습"이라고 덧붙엿다.

    또 EU와의 협상에 대해서는 "우린 EU에 거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으나, 관세의 수준은 그들(EU)에게 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와의 협상 속도에 대해 미국 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좌절하고 있지만, EU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예기한 추가 연장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8월1일 관세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면 관세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당 국가들이 더 나은 합의를 하도록 더 많은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관세 문제에 관한 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입장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상호관세 부과시점인 8월1일 이전에 주요국들과 무역합의를 매듭짓기 위해 무리한 '속도전'을 펴지는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오사카 엑스포 참석차 일본을 다녀온 베센트 장관은 동맹인 일본을 너무 몰아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미국민을 위한 최선의 합의"를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이지, 일본의 내부 상황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 양국 무역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좌)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영국 런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50609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베센트 장관은 중국과도 무역 논의가 이뤄질 것이며 중국의 러시아·이란산 석유 수입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여해왔다.

    그간 미·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상호간에 고율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충돌했다가 5월11일 90일간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유예기간 동안 무역합의를 이루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수출통제 문제 논의를 위해 영국 런던에서 회담한 것 외에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베센트 장관은 "매우 가까운 장래에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내 생각에 (중국과의) 무역은 매우 좋은 상황"이라며 "우린 (중국과) 다른 것들을 논의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행히도 중국은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의 석유를 매우 많이 구입한다"며 "그래서 우린 (차기 미·중협상에서) 그것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원에서 논의 중인 대(對)러 제재법안을 언급하면서 "(2차 관세 부과까지)시한이 10일일지, 30일일지, 50일일지 모르지만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석유를 사는 나라는 100%의 2차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난 만약 우리가 2차 관세를 시행하면 우릴 따를 것을 유럽의 동맹들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해당 제재법안은 상원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 의원 주도로 발의된 것으로, 석유·가스·우라늄 등 러시아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에 최대 5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결국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미국이 중국에 2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유럽도 중국에 대해 같은 조치를 도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EU와의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EU가 중국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문제를 문제 삼아 유럽과 함께 중국을 협공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러시아가 50일 내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교역하는 나라에 대해 100% 정도의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센트 장관은 "우린 또 (차기 미·중 무역협상에서) '방 안의 코끼리(껄끄러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짚고 넘어갈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계 제조업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이 과잉생산한 제품들이 유럽과 캐나다, 호주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해야 할 (경제의) 거대한 재균형(rebalancing)"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중국이 '과잉생산'에 기반한 수출 주도의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