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열린 가족모임 중 아들 가슴에 총격파이프 형태 사제총기 사용…경찰, 총기 10정·실탄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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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경찰청. ⓒ정상윤 기자
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의 서울 자택에서 신나 14통과 타이머 등으로 구성된 사제 폭발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들을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 A씨를 서울에서 긴급 체포했고, A씨의 자택 인근 주민 60여 명을 대피시킨 뒤 폭발물 제거 작업을 벌였다.
서울경찰청은 21일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의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서 신나 14통과 타이머, 점화 장치 등이 발견돼 경찰 특공대가 현장에서 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작동 원리는 모방 우려로 공개할 수 없다"며 "사제 폭발물의 특성상 위력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전날인 20일 오후 9시 3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아들 B씨를 사제총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아들 B씨는 A씨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 지인을 초청해 아파트 거실에서 자리를 마련한 상태였다. B씨의 배우자와 두 자녀, 지인 1명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의 배우자가 당시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다"고 신고하면서 사건을 접수했고, B씨는 총상을 입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후 11시 9분께 숨졌다.
A씨는 파이프 형태의 사제총기로 '산탄' 2발을 피해자의 가슴을 향해 발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탄은 수십 개의 금속 구슬이 동시에 퍼져 나가는 방식으로 살상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범행 직후 차량을 이용해 서울로 도주했고 경찰은 이날 오전 0시 15분께 서울 방배동 남태령지구대 인근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가 사용한 사제총기와 차량에서 발견된 10정의 총기, 실탄 3발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사용한 사제총기는 조잡한 외관의 파이프 형태였으며 직접 제작했는지 혹은 외부에서 입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행 직후 A씨는 쌍문동 자택에 오늘 낮 12시에 폭발하도록 설계된 폭발물이 있다는 내용을 진술했고 이를 토대로 경찰특공대가 오전 1~3시 인근 주민들을 인근 보건소와 쉼터로 긴급 대피시킨 뒤 자택 수색에 착수했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은 모두 제거됐다.
A씨는 검거 직후에도 비교적 침착한 태도를 보였으며 평소 불화나 전조 증상은 뚜렷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A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으며 살해 동기와 사제 총기 및 폭발물의 제작 경위, 사전 계획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의 제작 방법, 사용된 재료, 유통 경로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할 방침이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