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지지' 업은 정청래, 초반 우세박찬대 "권리당원 비중 큰 호남·수도권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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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박찬대 당대표 후보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청래 후보가 초반 경쟁 구도에서 선두를 굳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찬대 후보를 지지하는 친명(친이재명)계에선 두 후보 간 격차가 예상보다 크게 벌어지자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 후보가 초반 레이스를 압도하면서 '어대정'(어차피 당대표는 정청래)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이번 주말 경선은 폭우로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청래 후보가 약 25% 차이로 앞섰다"며 "사실상 압승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김 원내대변인은 "우리 당원이 가장 많은 호남과 수도권이 아직 남아있다"며 "결과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따르면 정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62.77%로 박 후보(37.23%)를 따돌렸고, 전날 영남권에서는 정 후보 62.55%, 박 후보는 37.45%를 득표했다. 누적 집계 결과 정 후보는 62.65%, 박 후보는 37.35%로 25.3%포인트 차이가 났다.
정 후보와 박 후보는 모두 정부 초반 신속한 검찰·사법개혁 드라이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등 정책적 측면에선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후보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당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 후보는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탄핵 국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21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하면서 언론 개혁을 주도적으로 했다"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당원들에게 보여준 것이 어필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후보가 초반 대결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김어준 효과'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준 방송인 김어준 씨가 당원들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지지층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과 김 씨를 중심으로 형성된 '김어준계' 지지층으로 나뉘는데, 정 후보가 '어심'(김어준의 지지)을 등에 업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충청·영남권 경선의 득표율만으로는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예상보다 차이가 컸지만 아직 수도권과 호남 투표가 남아 있어서 지금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비중이) 20% 미만이어서 사실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승부가 거의 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항상 역전했고,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충청권, 영남권 결과가 좋지 않아서 더 분명하게 현실 인식을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