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갑질 의혹' 강선우 임명 강행현역 의원 장관 후보자 낙마 사례 전무與 '제 식구 감싸기'에 당정 결속 우선대통령 국정 지지율, 취임 후 첫 하락
  •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키로 하자 '현역 의원 불패'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동료 의원인 강 후보자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당정 결속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의 상식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 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진숙 후보자와 강 후보자 가운데 이 후보자만 지명 철회한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이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함께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진숙·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이를 보도한 언론을 향해 "명예훼손"이라며 두둔했다고 한다.

    우 정무수석은 여야 지도부 회동 다음날인 20일 논문 표절 및 자녀 불법 조기유학 의혹을 받은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반면 강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 정무수석은 '강 후보자가 현역 의원이라는 점을 고려했나'라는 질문에 "주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가 현역 의원이기에 낙마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현역 의원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이 이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 19명 중 8명을 현역 의원으로 지명했는데, 강 후보자가 첫 낙마 사례가 되면 '당정 일체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부적격 인사여도 현역 의원이면 낙마를 모면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사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 정무수석의 말처럼 민주당 지도부의 입김과 현역 의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강 후보자 임명 강행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와 강선우 최고위원 후보(맨 오른쪽)가 2025년 8월 4일 전남 나주시 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내에서도 이진숙·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으나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됐다고 한다. 이 후보자를 향해서는 자진 사퇴 요구까지 나온 반면,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현직 보좌진만이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을 뿐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갑질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 않나"라며 "두 명의 전직 보좌진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계속 나온 것으로 아는데 최근에는 반대된 진술도 많이 나왔다"고 강 후보자를 두둔했다.

    강 후보자는 민주당 이재명 1기 지도부 체제에서 대변인을 지낼 정도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단식 투쟁에 나설 때 현장을 찾아가 이불을 덮어주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강 후보자에 대한 옹호 기류가 형성됐다는 평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2.2%로 전주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32.3%로, 2.3%포인트 상승했다.

    리얼미터는 "주요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논란 심화, 내란특검의 압수수색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인,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재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정수행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서 싸우는 오기 인사는 정권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국민의 상식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로 읽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강 후보자는 한마디로 이 대통령 사람이다.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했는데 논란이 있다고 내쳐버리면 당내에서도 반발이 있지 않겠나"라며 "결국 당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더 고민한 것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에 첫 상처가 되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조사는 무선 자동 응답 전화 설문 조사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응답률은 5.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