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국힘 당헌·당규상 전대 출마 불가'10만 입당설' 주장, 실제 증가세는 미미全 입당 논란에 비주류, 구주류 등 싸잡아 비판한동훈·안철수 등 비주류 연대 명분 획득 분석
  • ▲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전한길 입당' 논란에 대한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한국사 스타 강사 전한길 씨의 체급을 의도적으로 키워 반윤(反윤석열) 전선 구축과 구(舊)주류를 공격하는 다용도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 씨의 10만 입당설은 단지 소문일 뿐, 확인해 본 결과 실제 당원이 그렇게 늘지 않았다"며 "전 씨의 영향력을 오히려 당내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등이 키워주고 있다. 그냥 둬도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걸러질 일인데, 정략적 카드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앞서 전 씨는 지난 19일 자신이 6월 9일 온라인을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사실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몰려든 사람이 모두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을 바꾸겠다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내부 총질'을 한다고 비판하며 친한(친한동훈)계를 당에서 몰아내겠다고 밝혔다.

    전 씨의 입당 소식이 알려지자 비주류 인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어게인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이 우리 당을 접수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중진 혹은 당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뭐가 문제냐'면서 그들과 극우 포지션을 취하고 당당히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기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과 당권 도전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도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전 씨를 비롯한 계엄 옹호 세력의 국민의힘 입당은 허용되어선 안 된다"며 "우리 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나 계몽령을 운운하며 계엄을 옹호하는 극단 세력과는 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회는 조속히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전 씨에 대한 탈당 권유 절차에 착수하길 바란다"며 "'윤택한 길'은 결국 우리를 불지옥의 낭떠러지로 몰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주류가 연합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전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전 씨의 입당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이달 초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나 당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뉴데일리DB

    반면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전 씨의 입당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후보는 전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당에 입당했고, 입당 절차에도 하자는 없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입당하는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호를 개방하고 열린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그런 과정을 하나로 녹여 더 높은 수준의 나라를 이루는 용광로 같은, 뜨겁고 새로운 창조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씨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점도 김 전 후보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기간은 7월 30~31일이며, 지난 6월 입당한 전 씨는 당대표나 최고위원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전 씨와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입당하고, 동시에 선거공고일 전에 당비 3개월분을 납부했다면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비주류는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국민의힘 구주류에서는 자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으로 당내 상대 세력을 싸잡아 공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전 씨가 입당하면 오히려 공격거리가 많아지고 반대 진영을 규합할 명분을 얻는 건 한 전 대표와 안 의원 아니겠느냐"면서 "벌써 프레임을 만들고 당 중진들까지 전 씨와 엮어 공격하려는 듯한데 정치적 노림수가 다분하지 않느냐"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 씨의 입당으로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판을 차단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거 전 씨의 언행 등을 조사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기자들에게 "전 씨의 그간 여러 언행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고, 당헌·당규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늘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서울시당에 전 씨의 언행을 조사하고 별도로 보고하도록 다시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