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논문표절' 이진숙만 철회하고 '보좌진 갑질' 강선우 임명여론 여전히 냉담…국민은 강선우도 철회가 '마땅''청담동 술자리 의혹' 재판 중인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임명…최동석도 중용한동훈 "국민들 화나게 하는 인사" 비판
  •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장관 후보자들을 속속 임명 중인 가운데, 논문표절 의혹이 불거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키로 했다. 반면 보좌진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하기로 했다.

    다만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부정적 여론을 감안할 때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도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여론을 무시한 '탈선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제기한 이유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관급인 새만금개발청장에 발탁한 것을 두고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李대통령, 이진숙만 철회하고 강선우 강행…여론은 악화일로

    우상호 정무수석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께선 그동안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 고심에 고심을 계속했다"며 "고민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인사권자인 대통령 뜻을 존중해 조속히 후속 조치를 진행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우 수석은 '강 후보자는 임명하기로 결정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며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앞둔) 11명 후보자 중 이 후보자 임명만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송 위원장은 이진숙, 강선우 후보자를 비롯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김영훈 고용노동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낙마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협치 차원에서 회동에 접근했고 경제부처 장관은 관세협상 조기 타결, 행안부 장관은 수해를 고려해 양보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은 취지를 살려 두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고민해 보겠다'는 한 마디만 있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저희의 제안에 이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이 없다고 들었다"며 "저희는 그것을 사실상 거부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라는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만과 불통, 독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교수단체들로 구성된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이날 이 후보자의 주요 논문들을 수작업으로 정밀 검증한 결과 "단순한 중복게재나 유사성의 문제가 아니라 학술적 진실성과 연구 윤리를 정면으로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검증단은 이 후보자 논문과 제자 논문을 비교해 "거의 데칼코마니 수준의 구조적·내용상 유사성을 확인했다"며 "같은 실험 설계·데이터를 활용해 제목만 바꿔 중복으로 발표했고 문단 구조, 결론, 해석은 모두 유사하면서 표현만 일부 수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계 기준으로 볼 때 이 후보자의 논문은 명백한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장관 후보 자격 박탈 사유로 충분하다"며 "이 후보자는 교육계의 신뢰를 위해 자진 사퇴해야 하며 대통령실은 즉각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도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후보자의 무능함은 절대로 우리나라 교육을 이끌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전날 성명을 내고 이진숙,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이 대통령은 즉각 두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여가부 책무에 부합하는 인사, 올바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윤리와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경실련은 강 후보자에 대해 "직장 내 갑질은 심각한 사회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는 공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공직자의 자격마저 의심된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선 "교육자로 교육 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당연하고 흔한 일로 치부해 교육 공정성에 대한 일천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고 했다.
    ▲ 대통령실은 20일 인사혁신처 처장에 최동석(왼쪽부터) 현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소장, 새만금개발청 청장에 김의겸 전 의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권대영 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 유홍준 현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를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청담동 술자리 의혹' 재판 중인 김의겸, 차관급 새만금개발청장 임명 논란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새만금개발청장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립중앙박물관장, 인사혁신처장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제기했던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관급인 새만금개발청장에 발탁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김 청장의 발탁 배경과 관련해 "기자 출신으로 논설위원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만큼, 언론은 물론 국정 운영과 입법까지 폭넓게 경험한 점이 강점"이라며 "새만금의 전략적 가치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국내외 투자 유치에 필요한 미디어 전략 수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장에는 최동석 현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장'을 임명했다. 최동석 소장은 2011년 결성된 좌파 성향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의 외삼촌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는 권대영 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발탁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지난 4일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행사에 참석,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에 대해 "이분(권 사무처장)을 소개해 드리면 이번에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분이다. 잘하셨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는 유홍준 현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유 관장은 저서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대중 참여형 문화 확산에 기여한 만큼 국립중앙박물관을 이끄는 데 적임자라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중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명예훼손)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일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2022년 7월 19~20일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다.

    김 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술자리에 있었다는 첼리스트 A씨와 전 남자 친구 이모씨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A씨는 당시 이 씨와의 통화에서 '술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해당 녹취를 더탐사에 제보했고, A씨는 이에 대해 '귀가가 늦은 이유를 남자 친구에게 둘러대려 거짓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더탐사는 관련 의혹을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이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술집에 온 사실이 없다"며 "태어나서 한 번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과 더탐사 측이 음성 재생과 관련해 A씨 동의를 받았는지, 내용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는지, 이 씨가 통화를 제보하는 데 동의했는지 등을 묻는 말에 A 씨는 "전혀 없었다"고 답변했다.

    한 전 대표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 김 신임 청장에게 1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항 상황이다. 해당 재판 1심은 내달 13일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전북 군산에 출마했지만 신영대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한동훈 "국민들 화나라고 이리 모아 놓은 건가" 직격

    이에 대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의겸 전 의원과 최동석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소장) 이 두 분은 제가 법무부장관 당시 저를 상대로 '청담동 첼리스트 술자리 가짜뉴스'를 유포했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가짜뉴스는 허무맹랑한 거짓임이 이미 드러나 김의겸 전 의원 등이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처음 발설자였던 첼리스트가 자신의 외도를 들키지 않으려고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지어냈던 것이다"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인사를 담당하는 중책인 자리에 임명된 최동석씨는 과거 '강진구 기자의 이 보도를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윤석열과 한동훈이 김앤장 변호사들과 술집에서 첼리스트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신했다'고 본인 유튜브 채널 등에서 말했다"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이런 황당한 행적과 생각을 가진 분이 이 정부의 인사를 책임지면 그 인사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면 재고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