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 "李대통령 파기환송 이례적 속도 심리" 민주당 추진 '4심제'엔 "재판 결과도 헌법소원의 대상"李 재판 중지 헌법 84조엔 "법원이 나름대로 숙고"헌법학계 "자신 지명 대통령 '변론'한 것, 부적절한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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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상고심을 진행한 대법원을 두고 "판결이 이례적으로 빨랐다"며 대법 판결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오 후보자는 법원이 이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는 헌법 84조를 이유로 중지한 것에 대해선 "법원이 나름대로 숙고해서 판단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우자의 진보 성향 판사들의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 활동 전력에 대한 지적엔 "우리법연구회는 학술 단체에 불과하고, 배우자 때문에 제 판결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 소원' 제도엔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당초 오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진보 색채가 뚜렷한 법관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에는 진보 성향의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는 '9인 체제'로 회복되면서 '진보 우위' 체제로 개편된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정치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 ▲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진보 법관' 오영준, 인사청문회서 뚜렷한 정치 성향 나타내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 그렇게 빨리 파기환송이 되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 질의에 "조금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오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5개 형사 재판'을 맡은 재판부들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근거로 재판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것을 두고 '법원이 정치권 눈치를 보고 굴복한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 질의에는 "법원이 나름대로 숙고해서 판단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오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를 결정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시킨 결정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 질의에 오 후보자는 "일반적인 실무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귀연 재판부가 원칙에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의 답변이냐'는 질문에 "그런 쪽에 가까운 것 같다"고 답했다.
오 후보자는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오 후보자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판소원 제도가 사실상 '4심제'로 작동하게 된다'는 지적엔 "헌재 소송은 일반 민사나 형사 사건과 달리, 국민의 기본권의 공백이 없는지 헌법적 관점에서 재판하는 것이므로 '4심제'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오 후보자는 배우자의 과거 우리법연구회 소속 경력을 두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정치 성향이 재판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는 "배우자 때문에 제 판결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며 "배우자도 재판부 내 합의에 따라 독립적으로 양심에 따라 판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 김상환 전 대법관. ⓒ연합뉴스
◆ '진보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오영준 … 21일엔 '인권법' 출신 김상환
오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전보된 후인 2008년 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과 함께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2009년 지법부장 연차가 도래했음에도 연이어 총괄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인 2011년 춘천지법 강릉지원장으로 잠시 일 년 간 나가있다가 다시 대법원 총괄재판연구관으로 전보돼 재판연구관으로 10년간 재직한 경력이 있다.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인선에서,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균용, 오석준 판사와 함께 후보추천위 최종후보로 추천됐으나 탈락했다. 2024년 8월 임기가 만료된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의 후임을 뽑는 추천위원회 최종후보로 또 선정됐으나 지명받진 못했다. 진보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반면 보수 정권에서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한 셈이다.
오 후보자의 부인인 김민기 수원고법 부장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 주심 판사를 맡았는데, 해당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김 전 지사의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또 이 대통령과 연관돼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성남시의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오는 21일엔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김 후보자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문재인 정부 대법원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김 전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회장도 역임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김 후보자 대법관 임명을 제청했고, 당시 다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의 찬성으로 임명됐다.
2021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지명하면서 코드 인사가 재차 논란이 되자 스스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탈퇴한 후 처장을 맡았다. 이후 2024년 1월까지 약 2년8개월간 처장으로 재직한 뒤 지난해 12월 27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했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에 재직할 당시 대법원은 이 대통령의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거짓 부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김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무죄 취지 다수의견에 이름을 올렸다.-
- ▲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성진 기자
◆ 헌법학계 "논란 사안 굳이 답변, 이해 안 돼 … 헌법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대통령의 형사재판 중지'와 '재판 소원', '대법원의 신속 심리' 등은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인 사안이다. 헌법학계에선 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는 "인사청문회이고,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질문이라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인데, '옳다 그르다'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말한 것은 바르지 못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오 후보자가 재판 소원 제도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현행 헌법상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병렬적으로 두고 있는데,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둬야 한다는 발언은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했다.
본인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는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는 "아무리 인사청문회라고 하더라도 문제 소지가 있는 질문에 대해선 대답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관행적으로도 그래 왔다"고 전제했다.
차 교수는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장을 청문회를 열고, 대법관들을 탄핵하겠다고 한 것을 보고도 '이례적으로 빨랐다'고 답변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의 정치화가 법조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았는데, 헌법 수호의 자리가 막중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학계와 법조계에서 논란인 사안에 대해 특정 인물을 '편 드는' 듯한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