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전원일치로 與 추진 '손준성 탄핵안' 기각민주, 野 시절 추진한 '검사 탄핵안' 모두 기각검사 탄핵으로 수사력 공백 … 일반 시민 피해국힘, 민주당 침묵에 "책임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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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두(가운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 등 헌법재판관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탄핵심판사건 등 7월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탄핵소추로 손 검사장이 1년 7개월 동안 직무에서 배제됐으나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박창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 전날 헌법재판소가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과 관련 "손 검사가 고발장을 외부로 전달 가능하게 만든 사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사실, 공익 실현이라는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사실은 모두 인정됐다"며 "그런데도 이 같은 위헌·위법 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헌재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023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손 검사장 탄핵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탄핵 사유는 손 검사장이 2020년 대검찰청에서 근무할 당시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민주당 의원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이었다. 탄핵당한 손 검사장은 1년 7개월 동안 직무가 정지됐다.
민주당은 손 검사장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정도로 사안이 엄중하다고 봤다. 손 검사장을 '범죄 검사'로 칭하며 "중대한 비위 행위가 명백한 검사들에 대해서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손 검사장이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손 검사장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손 검사장 측은 민주당의 탄핵소추가 '정치적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 발의한 탄핵안은 총 30건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 발의된 탄핵안 21건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탄핵안 타율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헌재로 넘어간 탄핵안 13건 중 11건은 기각됐다. 유일하게 인용된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고,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안은 심리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이 그간 현직 검사들을 대상으로 추진한 탄핵안은 6건 모두 헌재에서 기각돼 '인용률 0%'다. 손 검사장 탄핵안과 함께 국회에서 통과된 이정섭 검사 탄핵안은 지난해 8월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됐다. 이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책임자였다.
민주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과시킨 검사 탄핵안도 지난해 헌재 결정에 따라 좌절됐다. 안동완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자삭사건' 피해자 보복 기소 의혹으로 민주당의 첫 번째 검사 탄핵 대상이 됐다. 안 전 검사는 지난달 검찰을 떠났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받은 검사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전 4차장검사는 민주당의 탄핵소추로 헌재 심판정에 섰지만 지난 3월 기각 결정을 받고 직무에 복귀했다. 민주당은 두 사람과 함께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을 탄핵했는데, 모두 이 대통령이나 민주당 관련 수사를 맡아 '방탄 탄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탄핵으로 소요된 '탄핵 비용'이다. 윤석열 정부 때 국회가 탄핵소추 사건에 지급한 변호사 비용만 약 4억6000만 원이다. 탄핵 대상이 된 공직자들의 직무 정지로 발생한 행정 공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산출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검사에 대한 탄핵은 검찰 수사력 공백으로 이어진다. 일반 시민이 범죄 피해로 적시에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손 검사장이 탄핵당할 당시 검찰 내에서는 "검사를 겁박하고 마비시켜 사법 절차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이창수 전 지검장이 탄핵당했을 때 "민생범죄 수사 마비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최근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 또는 소속 정당이 탄핵심판에 든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더라도 헌재가 직무 정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손 검사장 탄핵안이 기각된 것과 관련 "민주당은 진짜 괘씸하다. 한 개인의 인생을 망친 건 둘째치더라도 수사 마비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갔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따져 물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023년 1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투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