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급식·보행기·교육 예산 줄줄이 삭감…구청 "주민 피해 불가피"민주당 "필요 예산만 통과시켰다"…국민의힘 "정치적 보복" 반발
  • ▲ 서대문구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묻지마 예산 삭감' 비판 피케팅을 하고 있다.ⓒ서대문구의회

    서대문구가 2025년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 또다시 정치적 충돌에 빠졌다. 

    구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복지·운영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한 가운데 국민의힘 측은 "정치적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삭감 대상에는 노인 무료급식, 성인용 보행기 지원, 아동·청소년 교육 투자 등 주민생활 밀접 예산이 다수 포함됐다.

    복수의 서대문구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구의회는 구청이 제출한 추경안 중 수억 원 규모의 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조정해 의결했다. 특히 고령층 이동권을 위한 성인용 보행기 예산은 단 140만 원 규모임에도 전액 삭감됐고 아동 교육 사업과 출산양육 지원 예산도 줄줄이 감액됐다. 구청 부서 운영에 필요한 사무용품비 등 일반수용비도 여러 부서에서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측은 "수십억 원 규모의 사업도 아닌 필수 복지 항목에까지 가위질을 한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보복"이라며 "결국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요금, 직원 인건비 등 필수 행정 비용까지 감액된 점에 대해 "행정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번 예산 갈등은 단발성 충돌이 아닌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구의회 간 대립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말 민주당 주도의 본예산 수정안 강행 처리 이후 구청은 재의요구로 맞섰고, 이후 준예산 집행과 선결처분 시행 등으로 충돌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예산 집행의 위법성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나서는 등 양측 갈등이 정치적 공방을 넘어 법적 대응 단계로 비화하고 있다.

    이번 추경예산 심사에서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향후 구정 운영의 연속성과 행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구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예산을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말라"며 "앞으로도 주민들과 함께 부당한 결정에 맞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의회 민주당 의원 한 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협의되지 않았거나 앞서 거부된 예산 항목이 많아 삭감한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쿠폰 사업 등 꼭 필요한 예산은 통과시켰고, 8월이라도 2차 추경 논의가 가능하니 구청이 협의를 거쳐 다시 제출하라고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서대문구의회는 더불어민주당 8명, 국민의힘 5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