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MT, 무기 이전-파병 등 북·러 군사협력 사례 공유美 "北과 北의 안보리 결의 위반 돕는 이들에 책임 묻겠다""통일로 계속 나아가야" 정동영 후보, 대북 유화 정책 의지 표명李 정부, 임종석 국정원장 등과 '통일 드라이브'로 국제적 고립 우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40619 AP/뉴시스. ⓒ뉴시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 사회의 공식 보고서로 또다시 드러났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정제유 초과반입과 해외 근로자 파견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국제 사회에 북한과 협력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제재를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새 정부의 기조는 국제 사회와 달리 대북(對北)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리안 패싱' 우려가 또다시 제기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17일(현지시각) 유엔 제재를 위반해 이뤄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사례를 유엔 회원국에 공유했다.

    뿐만 아니라 유엔 제재 위반이 지속하는 상황에 맞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MSMT 11개국 외 40여개 유엔 회원국이 참여해 북·러 무기 이전 등 대북 제재 위반 사례에 관심을 보였다. MSMT는 한·미·일 주도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참여하고 있다.

    MSMT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에서 대북 제재 위반 모니터링 역할을 맡았던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제동으로 지난해 4월 활동을 종료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출범한 협력체다.

    앞서 MSMT는 5월29일 첫 보고서를 내고 △북·러간 상호 무기 이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대북 정제유 초과 공급 △북한 노동자 파견 △북·러 금융거래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구체적인 북·러 군사협력 사례 및 증거자료를 다뤘다.

    MSMT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지지할 것이며 유엔 제재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보고서를 시의적절하게 계속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다른 여러 국가와 함께 MSMT를 설립했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보고서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행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북한과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돕는 이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우린 북한이 파괴적인 행동을 멈추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존중하고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개발을 제한하라고 요구한다"며 "안보리 결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외교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매우 명확하게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혀왔다"며 "우리의 정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만난 모습. 190630 ⓒ뉴시스

    문제는 우리다.

    이재명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동영 후보자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남·북 관계 복원을 강조하며 좌파 정권의 대북 유화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동영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남·북 관계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정 후보자를 중심으로 친북 일변도 정책을 밀어붙이면 과거 문재인 정부의 '코리안 패싱'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임종석 국가정보원장도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친북 인사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국정원과 통일부 모두 대북 강경책과는 거리를 둔 셈이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제재 위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혼자 '통일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위험하다. 북한은 핵실험을 지속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밀착하며 군사협력을 공고히 하고, 중국과도 접점을 회복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만 남북 교류와 협력에 속도를 낼 경우 되레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까지 포함해 동아시아를 하나의 전역(戰域)으로 묶어 중국에 맞서는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 12일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 전쟁을 치르면 태평양 동맹인 일본과 호주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다음 순서는 한국일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이 개입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부자나라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는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위비 인상을 직접 압박하진 않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최소한 국내총생산(GDP)의 5%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상호관세 25%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앞서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에다 의약품, 반도체 관세까지 예고된 상태다. 대중 강경 라인을 함께 구축하자는 뜻으로 어떤 무기를 꺼내 들지 쉽게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무기 삼아 동맹 및 우호국가들에 양자택일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북·중·러의 결속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일과 따로 가는 모습이 자꾸 노출되는 것 같다.

    통일은 전략이지, 구호가 아니다. '국민 안전'과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통일' 담론은 공허하다. 앞서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긴밀한 정보 교류·국익에 기반한 치밀한 협상력이 밑바탕이 되지 않은 북한과의 대화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문재인 정부가 정확히 보여줬다. 일방적 유화책은 무모한 강경책 못지않게 위험한 이상주의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