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앞엔 늘 경고가 있었다하나기술, 공시 번복의 끝은

  • 최근 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이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전 위험 신호가 있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극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호우피해 인재 여부 조사를 지시했다. 

    이 사고을 보며 코스닥 상장사 ‘하나기술’이 떠올랐다.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곳이다. 위험 신호가 반복되고 있고 이미 개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더 큰 피해가 현실로 닥쳐야 움직이는 경우는 늦는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 감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하나기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마이너스 80%, 미치겠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이러한 목소리의 배경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나기술은 연매출을 훌쩍 넘는 1700억 원대 대형 수주를 따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는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했다. 주가는 급등했고 거래량도 폭증했다. 투자자들은 “어딘진 몰라도 대박일 것”이라며 주식을 샀다.

    하지만 공시 유보기한을 앞두고 하나기술은 “계약이 해지됐다”고 통보했다. 발주처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공시를 믿고 투자한 이들은 고점에 물려 손실을 떠안았다. 한때 13만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곤두박질쳐 현재는 2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4월에도 프랑스향 2차전지 조립라인 계약을 정정 공시했다. 2023년에 체결한 계약 종료일을 하루 앞두고 정정 공시를 올린 것이다. 계약 종료일은 1년 넘게 연장됐고, 계약금액도 축소됐다. 장비는 납품했지만, 고객사 공장 건설 지연으로 설치가 미뤄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계약 상대방은 또 비공개다.  

    한 주주는 “이 회사는 영업비밀 유지라는 명목으로 주가를 띄운 뒤, 갑자기 계약 무산을 통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계약건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회사 행태가 매우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에도 기존 공급 계약건에 대해 정정공시를 올렸다. 

    패턴은 비슷하다. 영업비밀을 앞세워 수주 공시를 내고, 투자자가 몰리면 나중에 계약을 번복하거나 정정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기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온다.

    상장사의 공시는 공정한 정보 제공을 통해 투자자 보호 역할도 해당된다. 하나기술은 지난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단일판매·공급계약 번복으로 벌점 12점과 제재금 200만 원의 제재를 받은 상황이다. 

    현행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공시의무 위반으로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법인이 최근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 추가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벌점은 과태료로 대체할 수 있어 제재 실효성도 의문이다.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상장사들의 행태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상장만 유지하는 불성실공시법인 기업들은 투자자 피해의 통로이자, 국내 증시를 갉아먹는 주범이다. 정상적인 기업에 돌아갈 투자금까지 흡수해 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제공을 기반으로한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과 허위, 과장된 공시를 믿고 투자한 책임은 구분돼야 한다. 공시를 통해 투자자를 오도하는 것은 명백히 회사의 문제다. 정부, 감독당국도 관리·감독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결국 신뢰를 깨뜨린 책임은 기업에 있다.

    하나기술이 2024년 7월 체결한 13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11월 14일이다. 투자자들은 묻고 있다. “우리가 믿은 공시는, 진실이었는가?”
이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