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특검, 軍 정상작전=계엄용 주장北, 오물풍선 33회 살포 … 피해 1억 넘어드론 심리전 통했다 … 北 도발 억제 성공저가형 드론으로 기술 유출? … 모순된 주장백령도發 드론, '김정은 조준 심리전'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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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0월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서 한 상인이 북한이 살포한 '쓰레기 풍선' 낙하물로 추정되는 '삐라(전단)'을 살펴보는 모습. ⓒ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고자 '드론 작전'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이른바 '북풍·외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검은 형법상 일반이적죄(제99조)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제123조) 적용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초기에 거론된 외환죄(제92조) 적용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은 1962년 군형법 제정 후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불법전투개시죄'(제18조)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군사·안보 전문가들은이 보는 시작은 다르다. 민주당과 특검의 주장은 군의 작전 논리와 현실성을 무시한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드론 작전'에 대해 깊이 들어가 봤다.
◆北이 자초한 드론 맞대응이 계엄용? … "군사 상식 밖 억지 논리"
무인기 도발이 북한의 선제적 행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드론 작전을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 쌓기'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2022년 12월 26일 무인기 5대를 대한민국 영공에 침투시켰고, 이 중 한 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접근했다. 이는 윤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대규모 북한 무인기 도발로, 남북 간 무인기 대치가 본격화된 계기가 됐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은 경고 사격을 하고, 전투기·헬기를 출격시켰다. 일부 무인기와 항공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투입해 북측 주요 전략시설을 정찰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이 수행한 무인기 침투작전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 대응' 차원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 ▲ 2024년 6월 24일 통일부가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대북전단에 반발해 남측으로 살포한 오물풍선에 담긴 퇴비 등 물질에서 기생충이 검출됐다. 통일부는 "오물에 대한 전문기관 분석 결과, 살포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며 이 토양에선 사람 유전자도 발견돼 인분에서 나온 기생충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제공
◆33차례에 걸친 北 '오물풍선'의 민낯 … 사회적 피해 '심각한 수준'
북한은 이후 2024년 5월 28일 밤 인분을 포함한 각종 쓰레기가 담긴 '오물·쓰레기 풍선' 수백 개를 남한으로 띄우며 회색지대 도발을 가했다. 이는 윤 정부가 납북자 가족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었다.
북한의 풍선 도발은 그해 11월 28일까지 총 33차례 이뤄졌고, 전국적으로 약 7000개 이상의 풍선과 수십 톤의 폐기물이 확산했다. 특히 기폭장치까지 장착된 무기화된 풍선으로 인해 공장 화재와 차량 파손 등 공식 집계된 민간 재산 피해만 1억 원 이상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수거·소독 비용과 위생 문제·심리적 불안 등 사회적 파장은 상당했다.
유엔군사령부의 판단과 관계없이, 한국군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대북 무인기 침투작전을 펼쳤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2024년 10월 11일 한국이 10월 3일, 9일, 10일 각각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북한 국방성은 8일 뒤인 10월 19일 "결정적 물증을 확보했다"면서 평양에서 발견된 한국 무인기 잔해와 전단통 사진을 공개하고, 해당 무인기가 한국군 드론작전사령부가 운용하는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이라고 주장했다.
◆평양 하늘 뚫은 드론 … 北 도발 발목 잡았다
우리 군의 심리전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북한이 한국군의 무인기 침투를 언급한 2024년 10월 중순 이후 북한의 풍선 공격은 빈도와 양상 측면에서 눈에 띄게 변했다. 인분과 오물 위주였던 풍선 내용물도 깨끗한 종이와 비닐 등으로 바뀌면서 공격의 위해성도 현저히 낮아졌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따르면, 드론작전사령부는 2024년 10월 3일과 8일, 11월 13일 등 최소 3차례에 걸쳐 7대의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고 이 중 1대가 평양에 추락했다.
김 최고위원은 "구체적인 목표 좌표는 김정은 관저로 알려진 15호 관저 일대"라고 밝혔다. 15호 관저는 김정은의 집무실인 노동당 1호 청사에서 남쪽으로 약 100m 떨어진 평양 중심부에 있으며, 인근에는 북한 고위급 장성들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관료 출신인 한 안보 전문가는 "이스라엘처럼 압도적인 보복을 공언해야 적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 북한은 우리 군의 드론 기술을 보고 자칫 잘못하면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분명히 갖게 됐을 것"이라며 "드론 투입을 통한 명확한 억제 메시지 덕분에 북한도 추가 도발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누구든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7배로 응징한다"면서 압도적 보복을 공언해왔다. 이란·시리아·예멘·팔레스타인 등 적대 세력이 미사일·로켓으로 도발할 때마다 이스라엘은 수십에서 수백 건의 대규모 공습과 작전, 핵심 군사시설 타격을 단기간에 실행하고 있다.
또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등 공격을 가한 조직은 물론, 이들 배후의 지도자·핵심 군사시설과 무기창고, 연계 국가까지 다차원으로 타격해 적의 추가 도발을 막고 있다.-
- ▲ 2024년 10월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한국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평양에서 발견된 한국군 무인기 잔해라며 공개한 사진. ⓒ북한 노동신문/뉴시스
◆저가형 드론으로 군사기밀 유출? … 민주당·특검의 자기모순
민주당과 특검은 우리 군이 추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무인기에 착륙용 완충 장치(랜딩폼)를 제거하고 전단통을 장착했다면서 일반이적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드론이 북한 영내에서 추락하면서 우리 군의 첨단 기술과 작전 정보가 북한에 그대로 노출됐으므로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했다"는 논리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군사작전에서 의도적으로 탐지·추락 위험을 높이고자 고성능 군용 무인기가 아닌 '저가형 소형 정찰용 무인기'를 시험평가 없이 급히 납품·배치시켰다고 주장한다.
윤 정부의 대북 드론 작전은 나흘 전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 차원이 컸지만,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양으로 진입한 무인기는 평양 진입 이전까진 1㎞ 이상 고도에서 비행하다가 평양에 진입하자 500m까지 하강하며 비정상적인 기동을 보였다"며 "사실상 발각을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평양 무인기 사건은 계엄 선포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기획된 군사행동인 만큼,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전 관여 의혹을 받는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무인기 투입은 계엄과 무관한 정당한 대응작전이었다"고 항변했다.
민주당과 특검의 이러한 주장은 서로 모순된다. 우리 군이 첨단 군사기술이 담긴 무인기를 보내 북한에 군사기술을 유출했다는 주장과, 북한에 쉽게 탐지될 저급 무인기를 보내 '계엄용 북풍'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동시에 성립하기 어렵다.
한 대북 전문가는 "윤 정부는 의도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무인기를 보냈다. 기술 수준이 뛰어난 무인기를 보내면 북한에 군사 기밀이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러 기술력이 떨어지는 드론을 보냄으로써 '북한이 계속 오물 풍선으로 도발하면 더 큰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방부가 취재진에게 '무인기 작전과 관련해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대응한 것은, 우리가 대북 무인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알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 ▲ '해양문화 대장정'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2023년 7월 12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한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학생 110명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해양재단이 주관한'2023 해양문화 대장정'에 참여해 8박 9일간 독도(최동단), 백령도(최북단), 마라도(최남단) 등 우리나라 끝단 도서와 주요 해양 영토를 탐방했다. ⓒ뉴시스
◆드론, 왜 하필 백령도에서 평양으로? … "김정은 정조준 심리전"
우리 군이 보낸 무인기는 백령도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거쳐 평양으로 진입했다. 백령도는 평양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으면서 북한 탐지체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지역이다. 민주당과 특검은 윤 정부가 무인기를 방공체계가 가장 조밀한 평양으로 보냄으로써 탐지 가능성을 높여 확전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무인기의 평양 침투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투에 맞대응하면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였다고 분석한다.
한 전직 합참 관계자는 "평양에 드론이 침투했다고 해도 북한의 대규모 군사적 대응은 불가능하다. 평양에서는 북한의 단독 대응만 가능하고 우리의 대응으로 인한 확전은 불가능하다"며 "군사적 충돌이나 확전을 유도하려 했다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드론이 탐지되도록 운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평양으로 드론을 보낸 건 확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MDL(군사분계선) 인근으로 드론을 보냈다면 군사적 충돌이나 확전 가능성이 높지만, 평양 중심부에 직접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김정은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도발을 억제하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제 북한이 드론 침투 이후 오물 풍선 도발을 멈춘 것은 억제 효과가 충분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과 특검을 향해 "정상적인 군사작전을 이적 행위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라며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군은 앞으로 드론뿐 아니라 모든 대북 작전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감행해도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적죄'와 '외환죄'를 운운하는 특검의 주장은 국가 안보를 무력화하는 '법률 농단'이자 '국정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군 안팎에서는 이번 드론 작전이 전략적 억제와 실제 안보 효과를 중시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