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전작권 전환" … 대통령실 "개인 의견"전작권 전환 가능하려면 약 300조 예산 필요野 강선영 "전쟁, 이기는 것보다 예방이 중요"
  • ▲ 성일종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국방위원과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새정부 국방정책 점검을 위한 릴레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성일종 의원실

    이재명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은 한국 안보를 내건 위험한 도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북한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인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1950년 발발한 6·25 전쟁 이후 70년 이상 유지해 온 '전쟁 예방 발판'을 스스로 걷어차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국방위원과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중·러가 바라는 전작권 전환, 이재명 정부의 위험한 도박: 새 정부 국방 정책 점검을 위한 릴레이 토론회 2'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과 임호영 한미동맹재단 회장 등이 참여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전작권 문제는 단순히 작전권 하나를 인수해 오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가의 존망, 생존과 관련된 아주 중차대한 문제"라며 "좌파 세력은 주권과 자주라는 포장지를 씌워 감성팔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이 바뀔 수가 있겠나"라고 운을 띄웠다. 

    앞서 한미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2012년 4월 17일로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Conditions-based Operational Control Transition Plan)으로 합의하고 이에 대한 능력과 체계 공동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작권 전환 문제는 이재명 정부 초기 주요 정책으로 꼽히면서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전작권 전환은 이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이에 안보 위기 등을 우려하는 여론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같은 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단 안 후보자 개인 의견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목표 시한은 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강 대변인은 "새로운 현안·사안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도 공약 사항으로 전작권 환수를 언급한 바 있기도 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철저한 보고와 검토 과정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여권은 전작권 전환이 곧 군사적 자주권 확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주권과 별개라고 못을 박았다. 지휘권과 자주권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최초의 2성 장군 출신인 강선영 의원은 "북한군 일대의 작전은 다 한국군이 지휘하도록 현재 돼있다"며 "그것을 마치 미군이 전체를 지휘하는 것처럼 비춰지니까 그동안 군대 생활한 한국군들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취급받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갖추지 못한 가운데 전면전 발발을 전제로 하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전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핵으로 쓸어버리겠다는 공갈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2025년 기준으로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의 전환 시기의 견해가 일치하더라도 동맹에 미치는 파급 효과 측면에서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환경 불안정성은 전작권 전환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전작권 전환 능력을 충족하는 군사 역량을 갖추려면 수백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난관으로 지적된다.

    국방부는 2021년 2월 공개한 '2020 국방백서'에서 "2021~2025 중기계획에 300여조 원의 재원을 반영했으며 지속적으로 국방 예산 중 방위력개선비를 증액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핵심 군사력 건설 소요를 빠짐없이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전쟁은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세금을 우리 국방력을 더 강화하는 데 쓰는 것보다 민생과 생업, GDP를 성장시키는 데 먼저 사용해 힘보다 경제력으로 이길 수 있을 때까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임호영 한미동맹재단 회장도 "싸워도 절대 밀리지 않는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것이 한미동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이 그래도 좋다고 한다면 민주 국가니까 돈 더 내더라도 하겠다 그러면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호도하면 안 된다"라고 방점을 찍었다.

    관세와 국방비, 방위비, 분담금 등 미국과의 협상을 목전을 둔 상황에서 전작권 문제까지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관세 협상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전작권 전환 문제로 한국 국방력도 시험대에 오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지금 현재 관세 협상 등 경제 현안들이 있기 때문에 패키지 딜을 할 수 있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그럼에도 이 문제를 우리가 쉽게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하기에는 국방, 안보, 대한민국의 미래가 다 걸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전작권 전환이 남북 관계를 넘어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민에게 현재 국방력과 안보 수준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원장)은 "이 전작권이라는 개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남북만의 개념으로 볼 게 아니고 우리 민족의 생존 개념"이라며 "남북 문제로만 보니까 주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기호 의원(육군 중장 출신)은 "민주당이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줄곧 똑같은 것을 계속 말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정책도 그렇게 자기가 인생 살아온 것과 같은 스타일이다. 국민을 속인다"고 정리했다. 

    한편, '새정부 국방정책 점검을 위한 릴레이 토론회’는 지난 8일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주제로 시작해 이날까지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국군방첩사령부 기능 조정 문제 등 이재명 정부의 국방정책을 점검하는 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