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부서 "국민 눈높이 고려해야" … 강선우 사퇴론'당권 영향력' 개딸, 강선우 회의론자들 향해 "수박"
  •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갑질' 의혹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회의론이 이어지고 있다. 강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은 강 후보자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 '이낙연계'라고 비난하며 몰아가고 있다. 민주당 차기 당권 선거에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높아진 만큼 여권이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친명계(친이재명계)로 꼽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보좌진 여러분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저도 인턴 비서부터 비서관, 보좌관을 했던 의원으로서 아픔에 공감하고 유감을 표한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국민 여론, 국민 눈높이를 당사자와 인사권자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강 후보자의 문제를 두고 "대통령한테 건의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국민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정치다. 그렇기 때문에 민심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고 갈음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통령을 향해 '한밤중 편지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한 명의 장관보다 국민을 얻기를 바란다"며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말씀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 그쳐 매우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인사가 국민 정서에 치명적으로 어긋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갑질은 시대와 조직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결국 국민 모두가 온몸으로 알고 있는 폭력"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또 "민주당은 대통령께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건의해주시길 요청 드린다"며 "부디 민심에 어긋난 장관 한 명보다, 수많은 국민을 얻는 길을 선택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도 전날 강 후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자진 사퇴론에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방어선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후보자 전원 통과로 이재명 정부의 초반 국정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강선우는 따뜻한 엄마였고 훌륭한 국회의원이었다"며 "곧 장관님, 힘내시라"고 강 후보자를 격려했다.

    이는 당권 선거를 앞두고 당내 주류 지지층의 민심을 공략한 행보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개딸'은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회의론자들을 '수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개딸은 민보협 역대 회장단을 향해서도 '이낙연계'라고 집단적 비난을 가하고 있고, 보좌진에 대한 사적 심부름 의혹을 두고도 '보좌진도 국회의원 권위를 빌려 공무원에 갑질을 한다'는 식으로 논점을 희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후보자가 여러 차례 사과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낙마는 없다'는 기조를 강조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강 후보에 대해 자진사퇴로 대통령실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름으로 바로 잡는다"며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에 변함 없다"고 말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