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충청권 중심 기록적 강수 … 서울·경기·인천도 다량 누적오산 옹벽 붕괴, 서산 차량 침수 … 인명 피해 잇따라학교·주택·도로 침수 … 열차 운행도 일부 중단정부·지자체, 비상 2단계 체제 돌입 … 전국 총력 대응
  • ▲ 비 내리는 광화문. ⓒ서성진 기자

    전국에 기록적인 장맛비가 내리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20~60mm의 폭우가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해 쏟아지면서 정부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중부지방과 전북 북서부, 경남 일대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중부지방과 전북 북서부, 경남 일대에는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전 8~9시 주요지점 강수량 현황으로는 충남 정안(69.5mm), 세종 전의(56.0mm), 청양(54.0mm), 천안(51.8mm), 경남 함안(70.0mm) 등지에서 시간당 50mm가 넘는 강한 비가 관측됐다.

    16일 0시부터 17일 오전 9시까지의 누적 강수량도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충남 홍성은 411.4mm, 당진 신평 376.5mm, 아산 349.5mm로 나타났고, 세종과 대전도 각각 185.3mm, 134.1mm에 달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평택 현덕면이 261.5mm, 안성 공도 241.5mm를 기록했으며, 서울은 125.8mm, 인천 111.2mm, 수원 104.8mm의 누적 강수량을 보였다. 강원도에서는 홍천이 130.5mm, 원주 부론이 127.0mm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7일과 18일에는 경기 남부와 충청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50~80mm, 일부 충남 지역은 80mm 이상 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50~120mm(경기 남부 많은 곳 180mm 이상) ▲강원 내륙·산지 50~100mm(중·남부 내륙 많은 곳 150mm 이상) ▲대전·세종·충남·충북 50~150mm(충북 제외한 곳은 180mm 이상) 등이다.
    ▲ ⓒ정상윤 기자

    ◆전국 곳곳서 인명 피해 발생 … 오산 옹벽 붕괴·서산 침수 차량 참변

    전국 각지에서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 오산과 충남 서산에서는 각각 구조물 붕괴와 차량 침수 사고로 시민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16일 오후 7시 4분께 경기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인근 수원 방면 고가도로 하부 도로에서는 높이 10m짜리 옹벽이 무너지며 차량 1대를 덮쳤다. 당시 옹벽은 길이 40m, 무게 약 180t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었으며 사고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파손됐다.

    차량에 타고 있던 40대 남성은 사고 3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구조 당시 복구 작업에는 굴착기 4대가 투입됐으나 구조물 추가 붕괴 우려로 인해 작업이 17일 새벽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사고 당일 오산에는 하루 동안 64mm의 강우가 기록됐으며 사고 직전인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에는 시간당 39.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충남 서산에서도 침수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17일 오전 3시 59분께 서산시 석남동의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5시14분께 침수 차량에서 탑승자 3명을 구조했다. 오전 6시 15분께에는 인근에 정차돼 있던 또 다른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50대 남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당국은 이 남성을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 ⓒ뉴데일리 DB

    ◆도로·하천 통제, 산사태·정전까지 … 전국 곳곳, 시설피해 확산

    도로와 하천이 침수되고 옹벽 붕괴, 산사태, 주택 침수,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시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16일 충남 서북부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당진, 서산, 아산, 예산, 홍성 등 5개 시군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일괄 휴교령이 내려졌다. 당진정보고에는 빗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며 진입이 불가능했고 탑동초 운동장과 정미초·용연유치원 진입로도 침수돼 학생 출입이 차단됐다.

    같은 날 인천 지역에서도 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남동구 만수동의 공동주택이 침수돼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고 산곡동과 왕길동 등지에서는 쓰러진 나무와 전깃줄로 도로가 통제되거나 안전 조치가 취해졌다. 인천대로와 송내지하차도 역시 침수돼 긴급 배수가 이뤄졌으며 굴포천과 계산천 등 산책로도 통제에 들어갔다.

    서울은 호우주의보가 내려지며 청계천과 안양천 등 29개 하천과 안양천·중랑천·탄천 일대 둔치주차장 4곳이 출입 통제됐다. 대형공사장 58곳, 산사태 위험 지역 997곳을 포함해 공원, 한강공원, 등산로 등에 대한 점검도 진행됐다.

    강원도에서는 춘천 신동면 낙석과 원주·홍천·인제의 나무 쓰러짐 사고가 있었고 속초 조양동 일대 도로는 침수돼 배수 작업이 벌어졌다.

    17일 새벽에는 춘천 서면에서 정전도 발생했으나 1시간여 만에 복구됐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16~17일 이틀간 낙석 1건, 토사유출 1건, 나무 쓰러짐 5건, 배수 1건이 보고됐으며 설악산·치악산 등 국립공원 28곳의 출입로가 통제 중이다. 횡성군 강림면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충남에서는 당진천 범람과 함께 역천, 삽교천 수위가 경보 단계를 넘어서며 긴급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초대천 역시 홍수 심각 단계에 근접했다.

    열차 운행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중부지방에 밤새 100mm 안팎의 비가 내리면서 17일 오전 4시 30분부터 경부선 서울~대전 간 일반 열차가 운행을 중단했고 장항선 천안~익산, 서해선 홍성~서화성 구간도 일시 운행이 멈췄다. 수도권 1호선 전동열차 역시 평택~신창 구간이 운행을 멈춘 상태다.

    괴산댐도 방류량을 늘렸다. 상류 쪽 강수량 증가로 인해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방류량이 초당 100t에서 200t으로 증가했으며 댐은 지난달 21일부터 7개 수문을 모두 열고 물을 계속 방류 중이다.
    ▲ 비 내리는 광화문. ⓒ서성진 기자

    ◆당국, 비상 대응 체제 전면 가동 … 지자체·기관 총력 대응 나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지자체와 관계 기관들은 일제히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며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지역별 상황에 맞춘 단계적 대응과 취약계층 보호, 시설 점검 및 선제적 통제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7일 새벽 4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호우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경기 남부와 충청 지역에 호우가 집중됨에 따라 국방부·환경부·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인력과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같은 날 오전 6시 50분 열린 긴급 점검회의에서는 충남 서산(420㎜), 태안(307㎜), 당진(265㎜), 경기 평택(180㎜) 등에서 집중호우로 주택 침수, 옹벽 붕괴가 발생하고 116명이 일시 대피한 상황이 공유됐다. 경찰과 소방은 재난상황실과 구조대책반을 운영하고 119 접수대도 확대했다.

    정부는 19일까지 최대 300㎜ 이상의 추가 강수가 예보된 만큼 실시간 정보 공유와 공조를 통해 피해 최소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부터 강우 상황에 대비해 ‘주의’ 단계인 비상 1단계를 발령하고 본격적인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시 공무원 355명과 25개 자치구 공무원 3,110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형 공사장·산사태 위험 지역·한강공원 등을 점검하고 빗물받이 정비, 포트홀 보수 등도 병행했다.

    경기도도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발령했다. 통상 1단계를 거친 후 2단계로 격상되는 체계와 달리 강우량 급증 가능성을 고려해 곧바로 2단계를 발동했다. 도는 상황관리, 응급복구, 긴급생활안정 등 12개 반 29명이 시·군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공조하며 대응에 나섰다.

    인천시도 16일 오후 4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공무원 32명을 투입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강원도는 오후 6시부터 비상 1단계를 가동하며 설악산·치악산 등 국립공원 내 28개 출입로를 통제했고 전 시·군에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충남도는 박정주 행정부지사 주재로 15개 시·군과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도는 빗물받이와 배수로 등 배수 인프라 점검을 강화하고 지하차도와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해 사전 출입 통제를 실시했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