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경력 인사청문안에 기재 안 해야당 "선택적 기재, 법 위반"안철수 "검증권 침해, 국회 기만하는 것"외교부는 외교·안보 분야 경력만 냈다는 입장
  • ▲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중견 기업의 사외이사 경력과 개인 사업자 설립 후 자문료를 받은 경력을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안에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후보자 측은 외교 관련 경력만 기재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는 고의 누락은 국회 검증권을 침해한 전형적인 인사청문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7일 외교부 인사청문단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경력증명서를 보면, 조 후보자의 '주성엔지니어링' 사외이사 경력과 스스로 설립한 개인 사업자인 '씨케이 인터내셔널'(CK International) 경력이 빠져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중견 기업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중국 매출 비중은 85%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성엔지니어링 공시 자료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23년 3월 29일부터 이 회사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임기는 3년이었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25일 조 후보자가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외교부 장관에 지명됐는데, 지명된 지 이틀 만에 사외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이 회사에서 2023년 4219만 원을, 2024년에는 5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신고했다.

    씨케이 인터내셔널은 조 후보자가 2022년 9월 직접 만든 사업자다. 조 후보자가 주유엔대사에서 퇴직한 지 3개월 만이다. 조 후보자는 이 사업자를 통해 2023년 12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1억3583만 원의 수익을 냈다. 조 후보자 측은 이를 자문료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지급 업체명이나 금액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해당 업체는 2024년 12월 폐업 신고한 상태다.

    조 후보자가 이 같은 경력을 누락한 것과 관련해 외교부는 외교·안보 분야 경력만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취사선택식 경력 기재를 문제 삼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은 직업, 학력, 경력에 관한 사항에 대해 증빙서류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에 "경력증명서는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라며 "조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력증명서 누락과 선택적 기재는 인사청문회법 위반 소지가 크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본질인 '국회의 검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선택적으로 제출하는 행위는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누락하더라도 형사 처벌하는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이런 공백을 메우고자 자료 누락이나 제출 거부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