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전작권 李 대통령 임기 내 전환" 한국군 독자 능력·안보 환경 불확실 여전美 '원 시어터' 구상에 전략적 고립 우려집단안보체제 부재, '실용외교'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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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가 이재명 정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실은 환수 추진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는 계속해서 군불을 떼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등과 맞물려 전작권 환수 문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공론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어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제든 다시 현 정부의 공식 의제로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론화의 속도 만큼, 우려의 수위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군의 능력과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조기 전환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우려한 듯, 대통령실도 "개인 의견"이라며 일축한 상태다.
◆불투명한 한국군 능력과 안보 환경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위해 21조 원 정도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군이 오는 2030년까지 한미연합방위체계를 독자적으로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감시·정찰, 미사일 방어, 타격 능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미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감시정찰·지휘통제·정밀타격 등 핵심 능력 구비 여부),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가지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려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등 전구급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FOC 대상 부대 검증은 대부분 완료됐지만, 미래연합군사령부 관련 FOC는 아직 최종 검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 ▲ 전작권 전환 이후 지휘체계. ⓒ서울안보포럼(이사장 김민석) 제공
◆전작권 전환 후 지휘체계 변화
평시에 한미 양국은 한미 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회의(MCM)를 통해 연합사령부에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하달하며 연합사를 공동으로 지휘·감독한다. 한국 합참의장은 군령권으로 한국군 전투부대의 작전지휘를 맡고 있고, 각군 참모총장은 군정권으로 전투부대를 포함한 모든 부대를 지휘하되 작전지휘는 제외한다. 연합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 등 4개 직위를 겸하고 평시에는 한미 전투부대에 대해 연합권한위임사항(CODA)를 행사한다.
방어준비태세3(DEFCON-III) 발령으로 전시 상황이 되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대부분 전투부대는 연합사(구성군사) 체제로 전환된다. 평시와 마찬가지로 양국은 전시에도 SCM과 MCM을 통해 연합사를 지휘·감독한다. 이때 한국 합참의장은 연합사로 전환되지 않은 전투부대(제2작전사·수방사·합동부대 등)를 지휘하며, 참모총장은 평시와 같은 지휘권을 유지한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기존 지휘 구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사령관이 한국군 4성 장군, 부사령관은 미군 4성 장군으로 교체된다.
◆주한미군 위상 하락과 '원 시어터' 우려
문제는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주한미군의 규모 축소와 위상 하락, 나아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를 단일 전쟁구역으로 통합 지휘하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제안하면서 더욱 커졌다.
육군 참모차장을 지낸 정연봉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이 '원 시어터 구상'이 현실화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극동사령부와 같은 통합사령부가 일본에 설치돼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함께 지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미연합사의 해체,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 하향 조정(4성→3성)과 함께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이 축소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해협 위기 시 한반도가 동일 전구로 묶이면 한국이 의무적으로 분쟁에 관여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 ▲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은 1950년 1월 12일, 당시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Dean Acheson)이 발표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을 의미한다.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이 방위선에서 한반도(대한민국), 대만, 인도차이나반도 등은 제외됐다. 애치슨 라인 발표 후 스탈린과 김일성 등 공산권 지도부는 미국의 개입 의지가 약하다고 판단했고, 이로 인해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6·25전쟁)이 발발하는 배경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무위키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의 고립 가능성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면 미국은 일본 방위상이 제안한 '원 시어터 구상'을 현실화하거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나 병력 감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동중국해나 남중국해 등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 임무를 벗어나 타 지역으로 투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한미 양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해외 주둔 미군이 본래 배치 목적을 넘어 다른 지역의 군사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6월 '주한미군 철수의 의미'라는 글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 정부 정책과 충돌하는 것으로 간주될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다시금 '무임승차'를 시도한다는 인상을 줘 불만을 키울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주한미군 전체를 철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원칙을 외면한 채 '원 시어터 구상'에 불참하고 전작권 전환만 서두르면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한반도가 주변 지역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한국은 '원 시어터 구상'의 실질적인 영향권 안에 있으면서도 정작 구상 논의 과정에서는 배제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이 냉전 시기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에서 제외됐던 '애치슨 라인'과 유사한 전략적 고립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집단안보체제 불가능한 동아시아, 한국의 외교적 실리 찾기
한국군의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면 오히려 전략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역할 확대를 압박하며 고강도 관세·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주한미군 규모를 1만 명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 감축과 맞물릴 경우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지 못해 심각한 안보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집단안보체제를 오랫동안 구축하려 했지만, 한일 간 과거사 갈등 등으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미국이 중심에 서서 각 동맹국을 이끄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s) 구조를 중심으로 전략적 이해가 유사한 '유사 입장국'(like-minded states)을 연결한 '격자무늬 동맹'(Lattice-like Alliance) 형태로 제한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즉, 나토와 같은 직접적인 연합 지휘 구조가 없고 각국이 독자적인 방위 전략과 지휘 체계를 운용하고 있어 통합된 작전 계획의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현실적 한계는 오히려 한국이 전략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준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원 시어터' 구상에 대해 원칙적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동시에 미국의 일방적 주한미군 감축 압박을 완화하고 한국의 전략적 협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국익 중심 실용 외교'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이러한 외교적 접근이야말로 불확실성이 높은 동아시아 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