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후보자가 만든 사업자 씨케이 인터내셔널퇴임 직후 설립, 1년여 간 1억3000만 원 수익야당선 공직자윤리법 회피 위한 방편 지적野 "떳떳하다면 지급자 내역 밝혀라"대북 제재 받은 회사명과 업명 같은 점도 눈길
  • ▲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주유엔대사 퇴임 후 개인사업자를 설립해 자문료 명목으로 약 1억3000만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은 조 후보자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16일 외교부 인사청문단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자신이 설립한 개인사업자 '씨케이 인터내셔널'(영문: CK INTERNATIONAL)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 해당 회사는 조 후보자가 2022년 9월에 만든 개인사업자로, 자문료 등 명목으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씨케이 인터내셔널의 업태·종목은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기타 전문 서비스업'이라고 명시됐다. 

    구체적으로 2022년 2기 4623만 원, 2023년 1기 6796만 원, 2기 2163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1년 남짓한 기간 총 1억3583만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조 후보자는 2022년 6월까지 주유엔대사로 재직했다. 공직에서 퇴임하자마자 개인사업자를 만들어 억대 수익을 올린 셈이다.

    외교부는 조 후보자에게 자문료를 지급한 법인과 기관 등의 구체적인 내역은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야당은 조 후보자가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편법을 쓴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업무 관련성이 있었던 기관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퇴직 후 해당 기관에 취업하려면 인사혁신처의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 후보자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외교부 2차관에 임명됐고, 2018년에는 외교부 1차관에 임명됐다. 2019년 9월 1차관 퇴임 후 3개월 만에 주유엔대사에 임명돼 공직에 다시 복귀했다. 퇴임 전 5년 동안 외교부 전반의 모든 사안이 조 후보자의 손을 거쳤다는 의미다. 
    ▲ 외교부. ⓒ뉴스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까지 한 반도체 부품 수출 업체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근로소득을 올렸다. 그는 2023년에 4219만 원, 2024년에는 5500만 원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이 회사 취업과 관련해 2023년 2월 공직자 취업 심사에서 통과했다.

    직접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급여를 받았던 조 후보자가 굳이 씨케이인터내셔널이라는 개인사업자를 만들어 별도의 자문료를 수령한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야당의 비판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떳떳하다면 개인사업자에 자문료를 지급한 명단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어떤 고위 공무원도 퇴직 3개월 만에 개인사업자를 내고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자문료 명목으로 억대의 돈을 받는 경우는 없다. 이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조 후보자가 설립한 '씨케이인터내셔널'이라는 사업자의 이름은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 명단에 올린 기업명과 동일하다. 정부는 2022년 10월, 북한의 개인 15명과 기관 16곳을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홍콩 소재 'CK International Ltd'도 포함시켰다. 이 회사는 2018년 1월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도 오른 바 있다.

    정부는 이 회사가 제재 선박 운영 등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조치를 회피하는 데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북한 선박인 '을지봉 6호'의 소유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봉 6호는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송한 혐의 등으로 2017년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았다. 이 선박은 북한과 러시아 홀름스크항을 오가며 북한산 석탄을 운반했고, 이 석탄은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뒤 제3국 선박을 통해 한국에 반입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북미 대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외교부 인사청문준비단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는 가운데 북핵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북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