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기회 주는 與 vs 자진 사퇴 촉구하는 野"아이 희망", 자녀 조기 유학 논란에 고개 숙여사퇴 촉구에도 "비판받을 일 안 해"
  • ▲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자녀 조기 유학' 지적을 받은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공교육과 관련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이 후보자의 자녀 조기유학 및 논문 표절·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자는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우리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하는 공교육이 안타깝게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왔다"며 "아이들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부모님들은 돌봄과 교육비 부담으로 많은 고민을 안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님들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돌봄을 실현하고,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초학력 관리 체계를 탄탄히 구축하겠다. 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협업 능력을 키우고, 아이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권 보호에 힘쓰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기쁨을 잃어버리고 누적된 상처와 감정을 돌보지 못해 아픔 속에 있다"며 "교사의 위기는 교육의 위기이며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께서 아무 걱정 없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관련 "지역 거점대학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을 추진하고, 수도권 중심의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수도권에 교육자원이 집중되지 않도록 지역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 과정에서 소외되는 지역대학이 없도록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동반 성장하는 자원 공유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에게 각종 의혹에 대한 사과 기회를 주는 데 주력한 반면 국민의힘은 자질 부족 등을 지적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두 자녀 모두 조기 유학을 다녀온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2001년부터 2년간 미국 방문 연구원 체류가 계기가 되어 자녀들이 유학을 희망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부모 마음으로 정말 떼어 놓기 힘들어서 많이 말렸지만 워낙 의지가 강해 이기지 못하고 아이의 청을 들어준 것이었다. 둘째의 경우는 언니가 갔으니까 간 것"이라며 "그때는 (차녀의 유학이) 불법인지조차 사실인지 못 했다.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저의 큰 실수였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도 이 후보자 차녀의 의무교육 미이수 및 국민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 유지 문제 등을 지적하며 사과 의향을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같은 주소지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준비 과정에서 알고 지역가입자로 빨리 바꿨다"며 "이런 실수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 및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이 불거진 것 자체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는 ' 카피킬러 결과 표절율이 52%, 56%나왔다'는 김문수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2007년부터 총장 임용 직전까지 거의 100편의 논문을 충남대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해서 모두 10% 미만 판정을 받았다"며 "논문이 쌓이면 자료도 겹치고 유사자료가 겹칠 때마다 카피킬러상 유사도도 높아진다. 학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원래 충남대의 대학원 학위를 주는 과정에는 반드시 이공계의 경우에 교수와 학생이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해야지만 학위를 낼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래서 제자와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은 필수"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30여 년간 저는 학자적인 양심에 따라 학문의 진실성 탐구를 해왔고 제자들을 양성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학생이 학위논문을 하기 전에 제가 국가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연구 책임자로 수행한 연구"라며 "제가 제1저자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스스로 평가해달라는 주문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진 사퇴 의향을 묻는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도 "36년간 학자로서 살아오는 동안 그렇게 비판받을 일을 하면서 학자의 삶을 살지 않았다"며 "몇 분들이 반대했지만 22만 충남대 총동창회를 비롯해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실제 다수 교수 집단이 지지 성명을 냈다"고 답했다. 

    한편 11개 교수·연구자 단체로 구성된 국민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일부 논문 표절률이 50%를 넘는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밖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도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이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교사, 교장, 교수, 학부모, 교육 연구자, 마을 활동가 등 교육계 안팎 1000명이 실명으로 참여했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