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혁신안 발표했지만 당심 '싸늘'구주류, 혁신위 저격 "내부 총질, 못된 습관""혁신위, 보여주기식 출범 … 친윤계 절연해야"
  • ▲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출범 직후 발 빠르게 혁신안을 내놓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보폭을 좁히고 있다. 애초 15일까지 당원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힌 1호 혁신안 '계엄·탄핵에 대한 사죄문 당헌·당규 명시' 조차 무산되면서 국민의힘이 '껍데기 혁신위'를 자인했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15일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혁신안에 대해 "아직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혁신위의 안건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혁신위의) 보고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혁신위는 출범 닷새 만에 '3호 혁신안'까지 의결했다. 이는 추후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된 뒤 의결 절차를 밟아 확정된다. 윤희숙 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잘못한 분들이 개별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며 당내 8가지 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당이 이 지경까지 오기까지 당원들을 절망시키고 수치심을 느끼게 한 일들"이라며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과할 필요도 없고 반성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8가지 사건은 6·3 대선 패배,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대선 후보의 단일화 입장 번복, 계엄 직후 대통령 관저 앞 방탄 시위 참여, 당대표 가족 연루 당원 게시판 사건, 22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 관행 무시,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왜곡된 국정 운영 방치 등이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 10일 중앙당사에서 첫 회의를 마친 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사죄문을 당헌·당규에 새기는 방안을 '1호 혁신안'으로 제안했다. 11일에는 현재 당 최고위 체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당 대표 중심으로 의사 결정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2호 혁신안'으로 채택했다. 

    혁신위는 끝내 사퇴, 불출마 권고 등과 같은 구체적인 인적 쇄신 방안을 언급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르면 15일까지 '1호 혁신안'을 당원 투표에 부치겠다는 계획조차 당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혁신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에 "본질적인 혁신보다 '친윤계 달래기'를 위한 희생자를 찾는 꼼수 같은 느낌"이라며 "비상계엄 이후에 대해서 인적 쇄신을 하라는 게 국민의 요구인데 갑자기 당원게시판을 가지고 나오는 건 물타기 하는 느낌이 들고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고 진단했다. 

    먼저 당 지도부조차 혁신위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어떤 사람을 내친다는 게 혁신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다"라며 혁신위의 인적 쇄신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도 혁신위 공개 비판에 나섰다. 나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내놓은 혁신안 역시 민주성에 역행할 뿐 아니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고 야당의 본분은 흐리게 만드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의원도 같은 날 "다른 당은 똘똘 뭉쳐서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자당의 범죄자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렇게는 못 할망정,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서로 남 탓하며 내부 총질을 하고 도망치는 우리 당의 못된 습성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두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강하게 주장했던 강경파로, 친윤(친윤석열)계인 구(舊)주류로 꼽힌다. 혁신위가 당내 구주류 및 친한계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표류하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 초선 의원은 "애초에 전권을 혁신위에 주지 않은 것부터 문제였다"며 "예견된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자체를 '눈속임'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국민께 눈속임하려고 하루하루 혁신위를 띄웠다가 비대위를 띄웠다가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당을 하루살이로 보이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탄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혁신위는 일단 어려운 상황을 급히 잠재워보자는 보여주기식 출범이라고 본다"며 "국민의힘을 보면 윤석열이 떠오른다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혁신을 위해선) 절연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