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변호인들, 법제처·국정원·대통령실 요직 기용법제처장, '대장동 사건' 변호인…'보은 인사' 논란안철수 "'진실' 아는 변호인들에게 인질로 잡혀"법조계 "국민주권 실천하겠다더니, 앞뒤 다르다"
  •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이재명 정부 인선이 한창인 가운데 이 대통령이 당선 전 받던 형사 재판 변호인들이 다양한 분야에 기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차관급 정무직으로 철저한 중립성이 요구되는 신임 법제처장 자리에 '대장동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변호인인 조원철 변호사를 임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실의 민정·공직기강 비서관과 행정관 자리에 자신의 형사 재판 법률대리인을 '줄임명' 했다.

    정치권에선 "변호인들에게 인질로 잡힌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비판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도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민 주권을 국정 운영 방향으로 삼겠다더니, 친소 관계 중심 인사로 '앞뒤가 다르다'"는 평가도 나왔다.
    ▲ 조원철 신임 법제처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7.15. ⓒ연합뉴스

    ◆ 법제처·대통령실·국정원에 李변호인 포진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당선 후 행정부 요직에 자신의 형사사건 법률대리인들을 연달아 임명하고 있다.

    강유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3일 이 대통령이 최근 신임 법제처장 자리에 조원철 신임 처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정부 입법 전반을 총괄하고, 행정입법과 법령 심사, 법령 해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법무부 소속 차관급 정무직인 법제처장은 이해 충돌을 조정하는 유권해석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로 평가된다. 

    조 신임 법제처장은 이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다. 1989년 대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26년간 판사 생활을 한 뒤 201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개업 후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재판에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2022년 대선 당시에는 '전국 변호사 및 법학 교수 1000인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호인이 행정부 요직에 중용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김희수 변호사(19기)를 국가정보원(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했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자리는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 등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차관급 정무직이다. 

    김 신임 기조실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인 2020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기도 감사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기소된 ▲위증교사 사건 ▲공직선거위반(고(故) 김문기·백현동 발언) 사건 ▲대북 송금 제3자 뇌물 사건 ▲대장동 사건에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도 법률대리인들을 대거 않혔다.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에는 ▲공직선거법위반(친형 강제입원 발언) 1심·항소심 ▲대북 송금 제3자 뇌물 사건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 사건 대리인인 이태형(24기) 변호사가 임명됐다. 그는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혜경궁 김씨' 의혹 사건 변호인이기도 했다.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엔 이장형(35기) 변호사가 임명됐다. 2006년 인천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 비서관은 서울중앙지법, 의정부지법, 서울북부지법 등을 거쳤다. 이 비서관은 부장판사였던 창원지법 전주지원에서 법복을 벗었다. 이후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엔 전치영(변호사시험 5회) 변호사가 임명됐다. 그는 공직선거위반(고(故) 김문기·백현동 발언) 사건 항소심에서 이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다.

    조상호(38기)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대북 송금 제3자 뇌물 사건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 횡령·배임 사건에 이 대통령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 행정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 김희수 신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 정치권 "대통령 인질 된 셈" 법조계 "이해충돌 소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의 형사 사건 변호인 출신이 정부 요직에 기용되는 데 대해 "변호인들에게 인질로 잡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리고 "이 변호사들은 이 대통령의 범죄 의혹의 '진실'에 가장 근접한 사람들"이라며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공익상의 이유로 비밀을 공개할 수 있기에 이들의 입에 대통령의 임기가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로의 거래관계로 볼 수도 있지만, 이 변호사들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은 인질이 된 셈"이라며 "결국 인질범의 입에 공직을 물려주고, 인질은 안전을 보장받은 꼴이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라며 "공공기관, 정부 위원회, 지방선거 공천 등 대통령이 몸값으로 갚을 수 있는 자리는 많다. 그 자리 곳곳에 다른 이 변호인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조계에선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잠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 임명된 공직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맡았던 사건과 연관된 일에 한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뒤 다른'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치는 관례적으로 '엽관주의'를 따랐기 때문에 자신의 측근을 기용하는 것은 크게 비판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 대통령은 '국민 주권'을 국정 운영 방향으로 추구하겠다고 했는데, 자신과 친소 관계에 놓인 인물들을 중용하는 것을 보면 '앞뒤가 다른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당선 전 5건의 재판을 받아 왔다. 법원은 ▲6월 18일 공직선거위반(고(故) 김문기·백현동 발언)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기일 ▲6월 24일 대장동 횡령·배임 사건 1심 공판기일 ▲7월 1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1심 공판준비기일 ▲7월 22일 대북 송금 제3자뇌물 사건 1심 공판준비기일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기일 미정)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현재까지 공직선거법위반 파기환송심·대장동 사건 1심·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 재판 등 3건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는 '헌법 84조'를 이유로 중단된 상태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