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사실상 통일로 계속 나아갸아 한다"'북한은 주적'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한미연합훈련 연기' 검토 필요성 주장국힘 "李 정부, 홀로 실패한 대북정책 답습"
  • ▲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남북 관계 복원을 강조하며 좌파 정권의 대북 유화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대북 강경 기류와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남북 관계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폐허가 돼버린 남북 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무너진 한반도 평화공존 체제를 재구축해야 한다"며 "자유의 북진이 아닌 평화적 확장으로, 적대적 대결이 아닌 화해협력으로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다시 돌려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평화통일부'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전문가들이 말씀하는 '한반도부'도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의견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러면 북한은 주적이 아니고 우리의 적도 아닌 것인가'라는 질문에 "위협"이라고 답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위협이지만 결국 대화와 통일 대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효력을 중지시킨 9·19 군사합의에 대해선 "새 정부 국무회의가 9·19 군사합의 복원을 의결로 일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남과 북이 이것을 재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을 일으키는 모든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북한은 수십 차례 합의를 위반하며 탄도미사일 발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완충 구역에 포 사격, 무인기 영공 침범, 오물 풍선 살포 등의 도발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2023년 11월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선언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재가했다.

    정 후보자는 한미 연합훈련 연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6월 30일 판문점 한미일 정상회동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며 "이것이 북미관계·남북 관계의 동결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선 "전작권 없는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는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근 정부는 전작권 환수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작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 후보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의에는 "만일 그런 국면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친화적인 '통일 드라이브'가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지속적인 핵실험과 핵 개발로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남북 교류와 협력에 속도를 낼 경우 되레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햇볕 정책'을 계승한 역대 좌파 정권의 대북 정책은 실패에 그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열고도 '삶은 소대가리'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나"라며 "동맹국과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재명 정부만 홀로 실패한 대북 정책을 답습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