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1만 명 감축설, 동아시아 격변 예고트럼프 2기 新국방전략, 韓 역할 확대 압박?日·폴란드 전략 협력, 미군 유지의 성공모델감축 시 미군 전력 공백, 김정은 오판 키운다韓 마지막 카드, 中견제 '원 시어터 참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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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미국이 고강도 관세·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내밀며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역할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을 1만 명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한국군 역량 부족으로 지연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앞당기려 하지만, 주한미군 감축과 전작권 전환이 맞물릴 경우 한국은 북한과 중국의 군사 위협에 직면해 중대한 안보 공백에 직면할 수도 있다.
동아시아의 안보 중심이 일본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국방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 일본 아베 내각의 미군 증강 사례와 폴란드의 '포트 트럼프' 유치 시도를 거울 삼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中 견제' 초점 맞춘 트럼프 2기 新국방전략
11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오는 8월 발표할 예정인 새로운 국방전략(NDS) 초안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와 '동맹국의 안보 책임 강화'가 주요 전략 목표로 담길 예정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미국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NDS 초안은 동맹국의 자율적 방위 역량 강화를 의미하는 '안보 분담'(burden-sharing)을 핵심 원칙으로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주요 외국 주둔 미군에 대해서는 전략 자산의 '유연한 배치'와 병력 규모 조정을 명문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미국이 필요하면 동맹국과 사전 협의 없이 전략 자산을 재배치하거나 병력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동맹국의 전략적 책임과 자율성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이 안보 전략의 중심을 중국 견제로 전환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외교의 초점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바꾸는 이른바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선언한 이후 미국의 외교·군사적 관심은 중동에서 인도·태평양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첫 NDS는 테러 대비보다 중국·러시아와의 '국가 간 전략적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중국을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수정주의 세력'(revisionist powers)으로 지목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2022년 NDS에서 중국을 '추격하는 도전'이라고 규정,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과의 억지력 강화를 역설했다.
'피봇 투 아시아' 기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구상까지 일관되게 이어졌다. 2025년 6월 샹그릴라 안보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아시아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유럽이 겪는 안보 위협보다 더 심각한 북한, 중국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의 국방비 지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6월 29일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만 명 주한미군'이 의미하는 안보공백의 크기
이 가운데 올해 들어 미국 조야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22일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순환 배치 중인 스트라이커 여단 1개 규모)을 괌 등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은 지난 9일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태세를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국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려면 현재 약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중 지상 전투 병력 대부분과 2개 전투비행대대 등을 철수하고, 약 1만 명의 병력과 2개의 전투기 비행대대와 지원 병력만을 남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자는 "한반도에서 순환 배치하는 전투여단(BCT)과 육군 전투항공부대를 포함한 제2보병사단 대부분을 철수하고, 결국에는 주한미군을 더 줄여 나머지 비행대대와 지상군 대부분을 철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반도 외 역내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이 자국 내 미군 기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역내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에 있는 미군 전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주한미군의 전력 대부분이 지상군 위주이기에 대만해협 위기 상황에서 역할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중국 칭다오(青島)의 북해함대가 서해를 경유하면 주한미군은 지대함 미사일 등 전략자산을 통해 서해상에서 일정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군 철수는 北 김정은의 오판 키울 것"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단순한 병력 규모의 조정이 아니라 동맹 신뢰와 지역 안보 지형 전반에 파급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다. 주한미군 1만 명 선으로 축소가 현실화하면 연합 정보·감시·정찰(ISR), 미사일 방어(MD), 항공 전력 등 자산 감소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심각한 공백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 패트리어트·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포대, 고고도 정찰자산, 정보 공유체계 등 대북 억제의 중요한 전략자산 운용 인력이 주한미군 감축 과정에서 줄거나 재배치 된다면 북한 도발에 대한 탐지·요격 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국 2사단 전투여단 철수로 한반도 유사시 미국 지상군 증원에 지연이 발생해 초기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6월 2일 '주한미군 철수의 의미'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로 초점을 옮기면서 지상군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완전 철수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남북한 모두에게 미국 방위 공약의 장기적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이 모두 철수하면 전통적인 '트립와이어'(tripwire)가 사라지면서 미국의 확장 억제의 신뢰성에도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미군 감축은 중국의 공세적 태도와 핵무기 증강,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강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 등이 맞물린 복합적 위협 환경에서 김정은과 같은 적대 세력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원칙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밀고 당길 수 있는 협상 공간은 넓지 않다.
차 석좌는 이재명 정부를 향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부한다면 이는 미군 기획자에게 미국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간주될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또다시 '무임승차'를 하려 한다는 인상을 줘 불만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 표시 차원에서 주한미군 전체를 철수하는 보복적 조치까지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 새 정부가 직면한 이와 같은 군사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은 이미 상호관세, 자동차 관세, 자동차 부품 관세,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으로 복잡해진 정책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6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에 미군 1000명을 추가 파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뉴시스
◆日 아베와 폴란드 두다가 미군을 붙잡은 비결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군사·전략적 혜택을 얻은 일본과 폴란드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피봇 투 아시아' 전략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미군 전략자산의 일본 배치와 역할 확대를 수용했다.
2015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동맹의 작전 범위를 일본 방위에서 지역·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했고, 일본 자위대가 미군 함정 방어, 미사일 방어, 기뢰 제거 등의 임무를 맡아 미군의 역내 군사활동 범위를 넓혔다.
일본은 탄도미사일 방어(BMD)와 항모 전력 등 미국의 전략 자산 배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구체적으로 요코스카기지에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벤폴드함·밀리어스함)을 추가 배치했고, 미국 원자력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의 일본 배치를 환영했다.
특히 2017년 이와쿠니 기지에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영구 배치하도록 지원한 것은 미국 본토 밖 F-35B 상시 주둔이 실현된 첫 사례다. 이와 같은 조치는 미국이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일본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아시아 지역 전반에 기동성과 감시 정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일본은 헌법 해석 변경과 관련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정치적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미국이 일본을 전략적 군사 거점으로 활용할 중요한 법적, 정치적 근거와 명분을 제공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라는 동맹국의 군사적 기여가 더욱 명확해지고, 미국의 전략적 군사 자산의 일본 배치에 대한 정치적 명분과 타당성을 확보했다.
폴란드는 2018년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고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얻기 위해 트럼프 1기 행정부에 '포트 트럼프'(Fort Trump)로 불리는 미군 영구 주둔 기지를 제안했다.
당시 폴란드는 GDP 대비 2% 이상의 국방비를 투입하며 적극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했다. 미국에 이러한 방위비 부담을 근거로 미군의 상시 주둔을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방위비 분담과 러시아 견제 필요성 차원에서 폴란드 주둔 미군 증원에 긍정적이었다. 2019년 미·폴란드 정상회담에서는 미군 1000명 추가 배치가 결정됐다. 이는 GDP 대비 2%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한 국가에 대한 '보상' 성격의 정치적 메시지였다.
다만 미국은 신규 기지 건설 대신 폴란드 내 기존 기지를 확장하고 병력을 순환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기존 4500명 규모였던 폴란드 주둔 미군은, 2019년 합의 후 약 5500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 양국이 체결한 방위협력강화협정(EDCA)을 통해 미 육군 제5군단 전방사령부와 일부 사단급 본부가 폴란드에 설치됐다. 이 협정으로 기갑여단 전투단(ABCT), 전투항공여단(CAB)의 상시 운용 가능한 순환 배치 기반도 구축됐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폴란드에 M1 에이브럼스 전차 등 기갑 장비와 F-35, F-22 등 첨단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며 폴란드를 동유럽 내 전략적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폴란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부 최전선에서 미군의 최대 주둔국으로 자리 잡았고, 동시에 미군과 서방군의 병참·군수 지원 허브로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설치한 해상 구조물.ⓒ연합뉴스
◆韓 안보의 마지막 카드는 '원 시어터' 참여 선언
일본·폴란드의 사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한국이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에 참여를 선언하면 미국이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이유로 주한미군을 유지하거나 한반도 내 전략자산 배치를 확대할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원 시어터 구상'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동맹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광역 작전구역으로 묶어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는 지역 안보 전략이다.
최근 필리핀 정부는 한반도가 이 구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혀 한국의 전략적 소외 우려가 커졌다. 한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원칙상 어차피 이 구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선제적인 참여 선언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미군 감축을 막고, 중국 견제용 전략자산 추가 배치 등 실질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원 시어터 구상이 현실적으로 동아시아 내 집단방어체제 부재 등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이 이 구상에 '원칙적 참여'를 표명하는 외교적 접근을 취한다면, 미군 감축을 억제하고 전략적 협상력을 강화하는 실리를 얻을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이 중심에 서서 동맹국을 이끄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s) 구조, 나아가 '유사 입장국'(like-minded states)을 연결한 '격자무늬 동맹'(Lattice-like Alliance) 체제로 일부 공조할 뿐, 동맹국 간 직접적인 연합 지휘 구조가 없다.
동아시아에는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 체제가 없고, 각국은 자국 방어 위주 전략과 지휘 체계를 갖고 있으므로 하나의 전구로 통합 지휘와 작전 계획을 운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동아시아 차원의 공동 작전을 실현하려면 지휘 체계 통합, 명확한 임무 분담, 정보 공유부터 해결해야 한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