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장관·의원 겸직 심화국회 의석 과반 민주당 … 삼권분립 무력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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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후보자.ⓒ뉴시스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의 국무위원 중 절반가량이 국회의원과 장관직을 겸직하게 될 상황에 놓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포함하면 새 정부 초대 내각의 현역 의원은 모두 9명이 된다.
장관·의원 겸직은 과거 정부에서도 진영을 가리지 않고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다만 이러한 추세는 이재명 정부 들어 더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겸직을 금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사 중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비율은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19개 부처 중 민주당 현역 의원이 후보자로 내정된 것은 통일부 정동영·법무부 정성호·국방부 안규백·행정안전부 윤호중·환경부 김성환·여성가족부 강선우·국토교통부 김윤덕·해양수산부 전재수 의원 등 총 8명이다.
이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초대 내각(10명)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겸직 비율이 30% 이상이던 문재인 정부(54명 중 17명)와 비교해도 이번 정부의 여당 현역 의원 내각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파 정권의 겸직 비율은 20%대(박근혜 정부 43명 중 10명·이명박 정부 49명 중 11명)이었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의 절반 수준이 여당 의원들로 구성되자 대통령제인 우리나라가 사실상 '준(準)내각제'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제는 입법·행정·사법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정치 시스템이다.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는 것을 두고 균형과 견제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은 있어왔다.
하지만 이미 국회 의석을 3분의 2 가깝게 차지한 민주당 정권에서 겸직 비율마저 절반가량을 유지하게 되자 권력 간 균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왜곡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해충돌 위험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겸직이 지역구 민원과 부처 이해관계를 동시에 다룰 경우 '공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정책 결정이 자칫 지역구를 챙기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 결여 문제도 제기된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처에 비전문 정치인이 장관으로 임명되면 실무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계산'이 우선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생겨 행정부 관료들에게 신임을 잃고 조직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데일리에 "우리 헌법과 법률에서는 겸직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대통령제 정부 형태에서는 맞지 않다고 본다"며 "미국은 대통령제 시스템에 충실하기 때문에 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 현역 의원이 장관을 겸직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독선적인 운영을 의회에서 도와주는 꼴이 된다"며 "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만 더 높이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장관은 전문 관료들을 통제해야 하기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전문성 없이는 결국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