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구속영장 유출 관련 변호사까지 조사 착수"경고성 의미 포함된 변호인단 길들이기"전 변협 부회장 "특검, 비겁하다"변협 "아직 통보 없지만 내부 우려·성명 요청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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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영 특별검사보 ⓒ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시킨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이번에는 그의 변호인단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구속영장 청구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이유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이를 "변호인단 길들이기", "방어권 탄압"으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정작 국민의 알권리를 앞세워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흘려온 쪽은 특검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인단에 대해서만 유독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사 착수됐다" … 특검, 구속영장 유출 관련 변호사까지 조사 착수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지영 내란특검 특별검사보가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대한 수사가 착수됐다는 사실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수사는 이미 착수된 상태이며, 현재는 자료 수집 단계"라며 "본격 소환조사에 앞서 경위와 책임소재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이번 유출 사건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업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뢰인이 본인 동의를 했더라도 구속영장에는 고유식별정보 외에도 관련자의 진술이나 특정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그런 부분이 개인정보보호법 보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해당 유출에 문제를 제기했고, 특검은 이를 포함한 수사 필요성을 법원에 의견서 형태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서울고등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제공
◆"경고성 의미 포함된 변호인단 길들이기"…전 변협 부회장 "특검, 비겁하다"
법조계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나왔다. 구체적인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인단을 향한 수사 착수는 결국 변호인단 길들이기 행태라는 비판이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번 조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변호인단 길들이기가 아니냐. 특검이 하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 하면 험한 꼴 당할 줄 알아라 라는 식의 경고성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 주체가 괜찮다 그러면 아무런 위법성이 없는데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입장에서 공개한 것이 과연 위법성이 있냐, 도대체 어떤 법익을 침해했는지가 애매모호하다"며 특검의 법리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결국엔 특검측에서 나중에 다 공개했을 내용들"이라며 "공개시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데다 진술이나 증언 등도 대부분 공개돼 있는 사실들인데 이를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한 변호인단 길들이기이자 변호인단을 자꾸 공격을 해 다 떨어져 나가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정치적 의도로 보여진다"며 특검의 권력이나 위상을 한껏 과시하는 모습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재기 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부회장의 평가는 더욱 직설적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수사하는 걸 보니 검찰청 폐지의 이유를 납득" 된다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변호인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언론에 공개한 게 무슨 죄가 성립되는가. 변호인이 자신의 의뢰인의 동의를 받아 그 의뢰인에 대한 죄가 적힌 구속영장 청구서를 제3자에게 공개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제3자가 기자라면 국민의 알권리에도 부합하는 일"이라며 특검의 대응을 전형적인 권한 남용으로 규정했다.
정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그 청구서를 공개하지 않았어도 특검 당신들이 공개했을 서류였다. 더구나 특검은 지금까지 수사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듯 언론에 알려주고 있지 않았나"라며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그는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한 지금의 특검이 하는 행태를 보니, 검찰청 폐지의 이유가 조금은 납득이 되기도 하는 이 아이러니는 어쩔 건가"라고 되물었다. 끝으로 "제발 그냥 수사만 하라. 마음에 안든다고 피의자가 아닌 변호인 건들지 마라. 비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글에는 동료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변호인을 위협하지 말라는 식의 여러 의견이 더해졌다.-
- ▲ 윤석열 전 대통령 ⓒ공동취재단
◆변협 "아직 통보 없어 … 그러나 내부 우려와 성명 요청 있어"
변호사단체 내부에서도 우려가 퍼지고 있다. 특검의 과도한 변호인 압박에 대해 변호사 보호를 위한 공식적인 성명 등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나 요청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특검측으로부터 어떤 통보를 받은 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변호사들 가운데에서도 의견은 갈리지만 변호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에 대해서 특검 측에서 변호인단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에 대해 변협 측에서 변호사 보호를 위해 공식적으로 이를 비판하는 성명 등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나 요청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공식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변협은 "특검이 변협에 정식적으로 징계나 진정이라던가 통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정적인 의사로 미리 판단할 수는 없다"며 "특검이 변협에 통지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지 이후에 내부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특검이 변호사를 공격해서 결국 혼자 싸워야 했다"고 직접 호소한 바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이제는 변호인의 활동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된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조은석 특검팀의 수사 행태를 두고 '정치적 과잉'이라는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