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격노' 회의 참석 … 정무 판단 개입 의혹軍·대통령실 간 고리 … 안보실 창구 역할 주목'이첩 보류' 발언·지시 정황 집중 추궁 예정진술 따라 수사 방향, 윗선 확대 여부 갈릴 듯
  • ▲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4.08.27. ⓒ이종현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11일 오후 3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소환 조사한다. 

    김 전 차장은 채 상병 사건 초동 조사를 맡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 이첩'을 결정한 직후인 2023년 7월 31일 열린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격노'한 뒤 경찰 이첩이 돌연 보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여부를 밝힐 핵심 인물로 김 전 차장을 지목하고 있다. 대통령실 안보 라인의 핵심 실무자이자 군 판단과 정무 라인을 잇는 '고리' 역할을 해온 그의 진술은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Q1. 왜 지금 김태효인가? … '軍-대통령실 잇는 고리'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이날 오후 3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김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특검팀이 김 전 차장을 소환 조사하는 이유는 ①안보실 1차장이라는 직책 ②채 상병 사망 이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 참석자 ③'군-대통령실' 양측 의사결정 들여다본 인물이라는 점 등이 꼽힌다.

    당시 김 전 차장은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 군의 대외 안보 라인을 총괄하며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전달하는 실질적 창구 역할을 했다.

    군(해병대)에서 발생한 주요 사안들이 1차장 라인을 통해 안보실로 보고됐다는 점에서 특검은 김 전 차장을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특히 故 채수근 상병 사망 이후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김 전 차장이 참석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 이첩'을 결정한 직후 이뤄졌고, 이후 국방부가 돌연 이첩을 보류한 시점과 맞물린다.

    김 전 차장은 안보실 1차장으로서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반응을 직접 접했고, 회의 직후 국방부의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의중을 전달하거나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의에는 김 전 차장을 비롯해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회의에서 군의 '법적 판단'이 '정무적 판단'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순직해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Q2. 김태효 조사 핵심은? … '이첩 보류' 당시 회의 발언

    특검팀이 김 전 차장을 소환하는 이유는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경찰 이첩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경위를 명확히 밝히는 데 있다. 

    특검은 이 회의에서 김 전 차장이 어떠한 발언을 했는지, 그리고 해당 결정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앞서 정민영 특검보는 8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 참석자를 수사할 예정이며, 그 중 한 명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특검은 김 전 차장이 'VIP 격노설'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나 언급을 들었는지, 이를 회의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조사 결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그가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지, 또는 특정 방향으로 결정을 유도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실제로 임 전 사단장은 초기에 작성된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포함돼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경찰에 이첩된 보고서에서는 빠졌다.
    ▲ 순직해병 특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정혜영 기자

    ◆ Q3. 이후 수사 시나리오? … 격노 인정·증거 여부에 달려

    김 전 차장이 대통령실 개입 정황을 인정할 경우 특검 수사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만큼 보고 라인과 지시 여부 등 구체적 경로를 따라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격노'와 '이첩 보류' 사이에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대통령실이 해병대 수사에 정무적으로 개입했다는 특검의 판단이 강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실 내 다른 실무진이나 수석급 인사들로 조사 범위가 확장하게 된다.

    반면 김 전 차장이 외압이나 정무 개입을 부인한다면 특검은 다시 군 내부 판단 구조에 수사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해병대 수사단 등 군 지휘부가 '이첩 보류'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규명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특검은 김 전 차장의 진술과 상관없이 회의 참석자들의 진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보고 체계 등을 토대로 수사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진술이 부인되더라도 정황이 뒷받침된다면 윗선 수사는 이어질 수 있다.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