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방위비 폭탄'에 강대강 맞불이재명 정부, 전작권·원자력 협정으로 대응전문가들 "국내 정치용 보여주기식 외교""전작권 환수는 FMC 미달로 현실성 없어"日은 플라자합의 성과…韓 요구는 무리수"보여주기식 외교에 한미 관계 더 악화"
-
-
-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상호 관세'와 '방위비 100억 달러'라는 고강도 압박에 맞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맞불 카드로 제시하면서 '보여주기식 대미 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보·통상 투톱을 이례적으로 동시에 미국에 급파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협상 카드를 던지고, 오히려 협상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려는 '국내 정치용 프레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다음날 백악관 내각회의에서는 "한국은 스스로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통상뿐 아니라 안보 등 동맹의 전반적인 현안을 미국 측에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관세 압박에 맞서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대응 카드는 전작권 전환,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2035년 만료),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 등인 것으로 전해진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나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후 전날 귀국 브리핑에서 "통상 문제 협의와 안보 문제 협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그것들(주한미군 규모 조정·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국방비를 포함해 논의 대상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전작권 환수는 장기적 현안이고, 역대 정부가 추진했다"며 "지금 정부도 공약 속에 있어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이 한국 대선 결과에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인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과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 요구는 협상 카드로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능력 안 되는데 의욕만 앞서는 '전작권 환수'
특히 전작권 전환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제시한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기준을 한국군이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군은 초기작전능력(IOC)은 통과했으나, 완전작전능력(FOC)과 FMC는 미달 판정을 받았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FOC는 조건부 통과했지만, 북핵 대응 능력과 전략자산 연동을 포함한 FMC 능력은 2025년 현재까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번 이재명 정부의 협상 전략에 대해 "이번 협상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책임을 미국에 넘기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같다"며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국내 정치용 행보이자, 결국 미국을 더 자극하는 '오기(傲氣) 외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불리한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가 미국에 부담을 주는 카드를 냈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겠는가"라며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능력이 충분하고 한미 동맹이 견고할 때 요구할 사안인데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프린스 조지 카운티에 있는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日은 플라자 합의로 얻어낸 원자력 협정 개정 … 韓은 '대가 없는 카드'뿐
오는 2035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 요구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2015년 원자력협정 개정 당시 사용후핵연료 건식 재처리의 '전반부 공정'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저농축 우라늄'(LEU)조차 미국의 승인을 얻어 농축 농도 20% 미만으로 농축할 수 있는 제한적인 경로만 확보했을 뿐, 핵 잠재력과 관련된 고농축 우라늄과 사용후핵연료의 완전한 재처리 권한은 얻지 못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이미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고순도 플루토늄을 획득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습식 재처리,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에 대한 미국의 포괄 동의를 얻었다. 미국의 '사전 동의'하에 20% 이상의 우라늄 고농축 플루토늄 저장과 운송, 고농축우라늄(HEU)의 저장까지 가능하다.
일본의 비결은 미국과의 신뢰였다. 1985년 당시 일본 나카소네 내각은 미국과 '플라자합의'(Plaza Accord)를 통해 엔화 평가절상을 수용하며 원자력 협정을 이끌어냈다. 미국으로부터 '로카쇼무라(재처리) 프로젝트'를 포괄적인 사전승인 방식으로 허가받기 위해 성장 없는 경제 암흑기라는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엔화를 평가절상한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전작권 전환으로 미국의 비용과 부담을 줄여줄 테니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이라는 반대급부를 더 달라는 것"이라며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공격형 원자력추진잠수함(SSN) 보유를 비밀리에 추진했을 정도로 좌파 정권은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며 "한국이 핵무장하면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 없어지기에 오히려 한미동맹을 깨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관계를 복원했던 윤석열 정부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차장 역시 지난해 9월 세종연구소 포럼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핵 개발 가능성이라는 목적과 연결하는 순간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미국과 서방의 강력한 비확산 원칙을 고려하면 한국이 일본 수준의 원자력 협정 개정을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치가 국내에서 통할지 몰라도, 미국을 상대로 한 국제 외교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걸 요구해야 할 '실용외교'라는 이름으로 비현실적이고 이념적인 요구만 내놓고 있다"면서 "한국 외교가 정치적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전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