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휴가 중 별장서 젤렌스키 맞아"적대 행위 종식 최선의 방안은 대화"젤렌스키, 로마서 美 특사와 회동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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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레오 14세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 외곽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에서 만나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50709 AP/뉴시스. ⓒ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9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티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을 주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별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교황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현재 진행 중인 분쟁과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의 시급한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호적인 대화 속에서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수단으로 대화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교황은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포로 석방과 공동 해결책을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격려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기도와 친밀감을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협상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를 바티칸으로 맞이할 의향이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5월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즉위 후 국제 정상 가운데 첫 통화 상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택하는 등 우크라이나전쟁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을 통해 교황의 중재 의사가 간접적으로 드러난 적은 있지만, 교황이 직접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바티칸이 평화회담 장소로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바티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인 이탈리아 안에 있으며 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11일 로마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 교황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교황을 예방했다.
둘이 만난 것은 5월18일 바티칸에서 거행된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로이터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날 로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전쟁 특사와 만난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 추가 지원을 승인한 직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에서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더 많은 무기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부정적이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 내용을 언급하면서 "매우 불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보유 중인 방공 전력으로는 러시아의 전방위 공습을 막아내기 어렵다면서 패트리엇 추가 지원을 미국에 요청해왔다.
이번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는 개최국인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를 비롯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 직무대행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결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 측은 세계은행 추산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5853억달러(약 806조원)로 추산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