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20%, 몰도바 25%, 이라크 30% 등…현재까지 총 21개국에 통보브라질 서한에 "전 대통령 마녀사냥 즉시 끝내야"…관세로 타국 정치 개입美 주요 무역 상대인 EU, 인도 관세율 공개 늦어지며 협상 상황에 관심 집중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250402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브라질과 필리핀 등 8개국에 8월1일부터 적용할 상호관세 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발송하고 이를 공개했다.

    CNBC,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에 대해 20% △브루나이·몰도바에 각각 25% △알제리·이라크·리비아·스리랑카에 각각 30% △브라질에 50%의 상호관세율을 적시한 총 8건의 서한을 SNS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4월2일 발표한 상호관세율과 비교하면 필리핀은 17%에서 3%P 올라갔고 브루나이는 24%에서 1%P 상승했다.

    알제리는 변화가 없었고 △스리랑카 14%P(44→30%) △이라크 9%P(39→30%) △리비아 1%P(31→30%) △몰도바 6%P(31→25%)씩 각각 하향 조정됐다.

    각국에 발송된 서한들은 관세율과 국가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일한 내용으로 작성됐으며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더 큰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포함한다.

    이날 가장 괄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했던 브라질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를 제기하며 무려 40%P 인상한 50%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재판에 계류 중인 상황은 "국제적인 불명예"라며 "이 재판은 열려선 안 된다.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썼다.

    이어 브라질에서 자유로운 선거와 미국인들의 근본적인 표현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브라질 상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8월1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브라질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거론하면서 미국과 브라질간 기존 무역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기업들의 디지털 교역활동에 대한 브라질의 계속된 공격과 다른 불공정 무역관행" 등을 거론하면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무역법 제301조에 입각해 브라질에 대한 조사를 즉시 시작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1기 때 자신과 좋은 관계였던 강경 보수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진보성향 룰라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브라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서한은 관세를 다른 나라의 정치와 사법에 대한 개입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190319 AP/뉴시스. ⓒ뉴시스

    한때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19~2022년 재임)은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권력 유지를 위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브라질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룰라 대통령의 암살을 계획하고 군부 쿠데타를 통해 입법·행정·사법 3권을 장악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민주주의 수호는 브라질 국민의 책임"이라며 "미국 같은 규모의 나라 대통령이 온라인으로 전세계를 위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외교적으로도 항의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게이브리얼 에스코바르 주브라질 미국 대사대리를 불러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90일 유예를 거쳐 9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내달 1일부터 발효하는 것으로 조정하면서 7일부터 각국 정상에 새롭게 조정된 상호관세율이 적시된 서한을 발송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 정상에게 먼저 관세서한을 발송했다. 4월과 비교해 한국은 25%로 같았고, 일본은 1%P(24→25%) 높아졌다.

    이외에 △말레이시아(25%) △카자흐스탄(25%) △튀니지(25%) △남아프리카공화국(30%)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30%) △인도네시아(32%) △방글라데시(35%) △세르비아(35%) △캄보디아(36%) △태국(36%) △라오스(40%) △미얀마(40%) 등에 서한을 보냈다.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인도에 대한 서한은 9일 17시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아 협상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 미국 협상팀은 인도 및 EU와의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합의 도출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보복관세 부과를 통보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반면, EU는 상호관세 부과를 일단 막기 위해 원칙적 합의를 모색하는 등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