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대통령 역사, 2025년에도 반복민주화 후 형사법정 서지 않은 대통령 2명뿐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이 유죄"국민 정보 빠르게 취득, 실망 주기 더 짧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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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과거 대통령들의 '잔혹사'가 회자되고 있다. 외국으로 망명을 비롯해 총격 피살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는 2025년에도 되풀이됐다.
윤 전 대통령은 9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죄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검팀은 구속 필요 사유 설명에 4분의 1을 할애했다. 내란특검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형사 법정에 사건이 오른 전직 대통령은 또 있다.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전 사위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을 통해 약 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서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공화국 출범 후인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란히 재판정에 섰다. 12·12 군사 쿠데타와 비자금·뇌물 사건 등의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감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노 전 대통령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옥살이를 했다. 그는 2018년 4월, 다스 의혹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비슷한 시기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박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일가가 약 640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았고, 그해 5월 23일, 자신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인근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화 이후 비교적 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대통령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두 명뿐이다. 이들은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아들들이 각종 사건에 연루돼 형사 재판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는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7개월이 지난 1997년 10월, 현철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헌정사상 첫 대통령 아들의 구속 사례이자 실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는 각종 이권 청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된 지 3개월 만인 2003년 5월 3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3남 김홍걸 씨도 기업체로부터 약 36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2002년 기소됐다. 그는 2심에서 2003년 8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민주화 이전에도 대통령의 말로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4월 26일 하야했고, 같은 해 5월 29일 미국령 하와이로 망명해 끝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최측근이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됐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대통령의 불행은 결국 권한의 집중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들어선 정부는 모두 출범 초기 압도적인 지지율에 힘입어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 누수가 발생, 결국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큰 권력을 향유하던 대통령도 시간이 지나면 국민이 느끼는 감정과 괴리가 생기게 되고, 이제는 모든 국민이 정보를 빠르게 취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현안의 사실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정부에 실망하는 주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들이 불행을 맞았던 만큼, 이제는 권력 구조부터 대한민국 현실에 맞는 새로운 틀로 짜야 할 때"라며 "정치가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통령이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만 해도 퇴임 후 법정으로 끌려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정치권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치적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