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비공개 국무회의 내용, 사적활용 말아야"이진숙 "여당 질의에 대통령 지시 공개한 것""'소관 기관장'으로서 설명할 권리 의무 있어"
  •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서성진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자기 정치'는 없다"는 글로, 전날 국무회의 자리에서 자신을 질책한 이재명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위원장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비공개 회의에서 오간 발언은 원칙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역시 스스로 국무회의 때 있었던 일을 대외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8일 국무회의를 개최한 이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해선 안 된다"며 특정 국무위원을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라며 강한 어조로 이처럼 질책했다"고 전하면서도,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히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위원장이 "이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의 안을 만들어 보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것을 질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여당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자신은) 방송 장악, 언론 장악할 생각이 없으니 방통위에서 위원회안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저는 사무처에 해외 사례를 비롯해 여러 사례 연구를 하라고 했고,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쳐 위원회안을 만들어 대통령께 보고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도대체 이 대통령의 의중이 뭐냐'는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이 이튿날 국무회의를 통해 이 위원장을 크게 질책한 것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 때 있었던 일을 대외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고, 언론에 보도된 기사가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을 때 정정해 준 적은 있다"면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국회 과방위가 방송3법을 속전속결식으로 의결한 것에 대한 의견을 민주당 의원이 물어왔기에, 방송3법과 관련해 방통위의 안을 만들어 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며 방송3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방통위 차원의 의견을 물어오면 성실하고 충실하게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국무회의에 불참시켰으나, 이 대통령은 이진숙 위원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등 통합의 정치를 한다는 취지로 말해 왔다"며 "나 역시 국무회의 배석자로서 회의 안건에 대해 발언을 할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로서 발언할 권리, 즉 발언권은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따라서 어제, 방송3법의 급작스러운 상임위 통과와 관련해 소관 기관장으로서 이와 관련한 설명을 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기에 대통령에게 의견을 보고하려 했던 것"이라며 "궁금한 분들은 언론 기사를 참고하시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8일 국무회의 말미에 이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발언을 저지했다는 언론 보도를 가리킨 것으로,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위원장이 "한 말씀 드리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발언 그만하세요. 발언하지 마시라"라고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상임위원이 위원장 한 명 뿐이다. 중요한 사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명이 필요하지만 7월 1일 김태규 부위원장의 면직이 재가되면서 1인 위원회가 됐다"며 "기관장으로서 5인 위원회로 정상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래서 관련한 발언을 자주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자기 정치'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을 겨냥해 "'지시'와 '의견개진'이 헷갈린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이 위원장이 '잘못된 점을 정정한다'는 표현을 했는데 이는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방통위원장의 경우 의결권 없이 발언권을 갖고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으며, 이 발언권은 이 대통령이 부여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계속 발언권을 허용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비공개 회의 내용이 노출되는 등 방통위원장과 관련된 부분만 개인의 정치에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조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