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박 대령 기소는 공소권 남용" 판단1심 무죄 판결 그대로 … "법리적 타당"앞서 특검 "박 대령, 억울하게 기소"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는 계속
  • ▲ 순직해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특검팀은 9일 오전 법원에 박 대령에 대한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박 대령의 1심 무죄 판결은 즉시 확정됐다.

    이명현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원심 판결과 객관적 증거, 군검찰 항소 이유의 법리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항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은 "박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초동 수사하고 해당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은 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며 "국방부 검찰단의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심에서 이 사건을 1년 이상 심리해 무죄가 선고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특검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향후 결과를 보면 누구든 이 같은 결정의 타당성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검은 앞으로도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한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초동 수사를 지휘하며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상급자인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검찰에 의해 항명죄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군검찰이 항소해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었다. 이후 이 사건은 올해 7월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2024.7.19. ⓒ이종현 기자

    앞서 이 특검은 지난달 16일 "박정훈 대령 사건은 'VIP 격노설'에 의해 실체가 왜곡돼 억울하게 기소된 사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24일에는 "특검법상 공소 유지 권한을 바탕으로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며 항소 취하 여부를 신중히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령 측 역시 사건 이첩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고, 특검법에도 관련 권한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순직해병 특검법 6조는 특검이 채 상병 사건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소 제기·유지·취소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박 대령은 김 전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VIP 격노' 때문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김 전 사령관은 'VIP 격노설은 박 전 단장이 자신의 항명 혐의를 피하려고 꾸며낸 것'이라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해 왔다.

    이른바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수사단에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한 정황으로 이어진다.
정혜영 기자